“재밌는 사례를 들어볼게요. 최근 읽은 책에서 프랑스 비벤디 그룹의 1990년대 최고경영자(CEO) 장 마리 메시에 회장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책 제목이 ‘세계를 사려고 했던 사람(The Man Who Tried to Buy the World)’이에요. 르몽드 기자, 파이낸셜타임스 기자가 같이 쓴 책이에요. 비벤디는 원래 프랑스혁명 전부터 운하, 수도시스템을 관리하는 국영기업이었는데 프랑스 TV 채널인 카날 플러스(Canal+)를 보유하더니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 인수했어요. 비벤디는 이후 불필요한 자산을 다 팔고 미디어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구조조정 뒤 주가가 계속 올랐어요. 그 와중에 미국 헤지펀드 PSAM이 끼어들었죠. 비벤디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을 18조 원 쌓았는데 PSAM은 이걸 노린 거예요. PSAM은 이 중 60%를 주주에게 배당하라고 요구했어요. 그 논리가 주주권 침해 논리와 똑같아요. 비벤디 입장에서는 조금 타협하면서 현금 배당을 늘리긴 했지만 PSAM이 요구하는 데 비해 한참 부족했던 거죠. 이후 주가가 떨어지자 PSAM 측은 ‘과거 주가가 오른 건 경영진 공이 아니라 분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때문이었는데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장했어요. 경영진이 볼 때는 적반하장이거든요. 현금자산을 쌓아 놓은 이유는 앞으로 투자하기 위한 것인데, 현금 배당을 안 해서 주주 이익이 침해됐다고 하니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죠.”
―이번 엘리엇 사태에도 적용되는 얘기네요.
“그렇죠. 삼성과 엘리엇 분쟁에서 봤을 때 엘리엇이 얘기하는 건 주주 이익이에요. 그 첫 번째 방법으로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특별 배당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해요. 그런데 삼성물산이 배당하면 삼성이 좋아질 거란 보장이 있습니까. 배당을 많이 한다고 해서 국가 경제가 좋아집니까. 아니거든요. 좋아지는 사람은 오로지 배당받을 수 있는 주주뿐이에요. 그런데 그게 마치 공공선, 정의로 둔갑하는 세상이 돼버렸어요. 감히 소송까지 제기하는 마당에 국민들 공분이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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