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8일 중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문화·역사적 가치를 통해 인류 전체의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길고 힘든 과정이 있었다. 1994년 무령왕릉을 잠정목록에 등재하면서 시작된 준비과정은 문화재청이 중심이 돼 옛 백제 지역에 자리 잡은 공주·부여·익산의 지자체들과 힘을 모아 진행한 긴 여정이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발족하고 한 단계씩 체계적으로 백제유적의 세계적·보편적 가치 개발을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 세계유산의 등재가 결정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총 1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중앙정부와 5개 지방정부가 오랜 시간 뜻과 마음을 함께한 협업, 협력의 결과여서 더욱 뿌듯하고 기쁜 일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유적은 금강을 끼고 있어서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한다. 백제는 중국으로부터 도시계획·건축기술·예술·종교를 받아들였고, 해상로를 개척하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 일본에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만의 독창적인 융합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키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는데, 그 문화 특성을 전 세계인이 백제역사유적지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산들은 이번 등재심사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고대 왕국들 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이를 통해 이뤄진 백제의 높은 건축기술, 불교의 확산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또한, 유산들이 수도의 입지 선정, 불교 사찰, 성곽과 건축물의 하부구조, 고분과 석탑을 통해 백제의 역사, 내세관, 종교와 그 당시 백제의 국제 교류가 낳은 유려(流麗)하고 정교한 예술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한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효과적으로 유산을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재 법적 보호체계와 보존정책도 큰 몫을 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체계적인 보존관리로 유산들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우리나라의 12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그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이 살아 있는 유산으로 기능을 다하도록 세계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할 차례다. 고대 문화유산은 한 번 사라지면 다시는 복구할 수 없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재의 활용 계획이 필요하다. 백제문화유적의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개발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한국의 문화유적지구를 이 시대에 새로이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적극적인 보존은 합리적인 개발로 이뤄질 수 있다. 1400년 전 세계를 향해 바닷길을 열고 국제사회와 활발하게 교류했던 한국의 문화 융성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자원의 하나다. 옛 백제가 바닷길을 개척했던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명은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합된 오늘의 세계 인류 문화 속에서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명료하게 정립해 그 입지를 분명하게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를 다 같이 기쁘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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