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이 극적인 노사 합의로 전격 타결되면서, 결정적 역할을 한 김정태(사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진솔한 리더십’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1년 가까이 조기통합에 강력하게 반발했던 외환은행 노동조합 지도부도 막판에 “나(김정태)를 믿어 달라”는 김 회장의 진심 어린 호소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14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전날 오전 외환은행 노조가 사측의 조기통합 합의서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김 회장이 3일에 걸쳐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섰던 게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지난 10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김기철·김지성 전 위원장 등 3명과 술자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3시간 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나금융그룹이 나갈 방향과 조직의 수장으로서의 고민 등을 털어놨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술잔을 나누면서 노조 지도부와 속 깊은 대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김 회장은 11, 12일 이틀간 외환 노조 지도부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
노조의 분리 교섭권 인정을 담은 협상안을 제시했고, 협상 마감시한을 13일 오전 8시로 정했다. 노조의 분리 교섭권은 ‘수정 2·17 합의서’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다. 김 회장은 교섭권을 포함해 외환은행 직원들의 생존권과 은행의 브랜드명 유지를 약속하며 “나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어떻게 믿느냐”고 했고, 김 회장은 “그렇게 못 믿겠느냐. 그러면 하지 않아도 된다”며 재차 설득했다. 13일 오전 8시 직전, 노조 측은 조기통합 합의서를 작성하자는 메시지를 하나금융지주에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에 대한 이해나 직원들의 생존권에 대한 문제는 사측과 노조가 원래 공감대가 있었지만 미묘한 오해들이 있었는데, 그걸 풀고 신뢰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물리적 통합뿐만 아니라 화학적 통합이라는 과제가 남아있고, 이 과정에서도 김 회장의 적극적인 소통능력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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