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350여 명이 1차로 이주 신청을 해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보는 서동수에게 카타리나가 말했다. 전용기는 하바롭스크를 지나 북상하고 있다. 이곳은 검은 흙이 드러난 대지다. 한랜드의 농경지가 될 땅이다.
“우크라이나 이주민이 저곳으로 입주하게 될 것입니다.”
전용기의 창 아래쪽을 가리키면서 카타리나가 말했다.
“주택은 이미 완공되었으니까 바로 입주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이주민 대부분은 가족 단위다. 스탈린에 의해 시베리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쫓겨났던 고려인 가족들이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대단위 농장을 일궈 대부분 성공했지만 유랑민이었다. 이제 한랜드가 자리 잡자 우크라이나는 물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흩어졌던 고려인들이 모이고 있다. 이주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카타리나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길게 숨을 뱉은 서동수가 눈을 감았다. 20인승 전용기의 앞부분은 서동수의 전용실이다. 옆자리에 앉은 카타리나가 말을 이었다.
“중국인 투자 이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신원을 위장한 사람이 많습니다. 조회해보았더니 부정하게 축재한 자금을 한랜드 은행에 예치하려는 폭력조직, 기업가,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서동수가 눈을 감은 채 쓴웃음을 지었다. 한랜드가 그야말로 말뚝부터 꽂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 중의 하나가 은행 유치다. 그래서 눈만 쌓인 한시티의 동토 위에 세계 각국의 100여 개 은행 지점이 세워졌다. 건설회사가 길도 닦기 전에 은행 임시 건물부터 지은 셈이다. 그다음이 은행원 숙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카타리나가 물었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다 받아들여.”
서동수가 단호하게 답했다.
“투자금 제한 없고 체크하지도 말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랜드의 은행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한다.”
“한랜드로 온갖 부정한 자금이 다 쏟아져 들어올 텐데요.”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이야.”
“너무 더러운 물에서도 그렇죠.”
“적당히 조절하면 물고기가 살이 찌지.”
눈을 뜬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카타리나를 보았다. 카타리나도 서동수를 보는 중이다. 정색한 시선이 마주쳤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카타리나, 모스크바 근교에 40만 달러짜리 별장이 있더군.”
카타리나가 숨을 들이켰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모스크바 시내에 28만 달러짜리 아파트에 6만 달러짜리 승용차, 작년 말에는 부모님 집 고치는 데 5만 달러를 드렸지?”
“들켰군요.”
쓴웃음을 지은 카타리나가 어깨를 추어올렸다가 내렸다.
“이제 모스크바로 돌아갈까요?”
“저기 탁자 위의 가방에 현금 100만 달러가 들어 있어. 카타리나.”
서동수가 눈으로 탁자 쪽을 가리키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앞으로는 나한테 받아. 카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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