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원로 경제부처 장관에게 ‘장관의 성공 조건’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경제 관료들로부터 존경받는 장관 1위로 자주 꼽히는 인물이다. 당연히 전문성이나 리더십 같은 교과서적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회답은 의외였다. “글로벌 경제여건이 좋을 때 재임하면 ‘성공 장관’이요, 그렇지 않으면 ‘실패 장관’이 될 수밖에….” 장관의 성공 여부가 대체로 ‘운(運)’에 달렸다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늘로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아직 재임 중이라 그가 어떤 장관으로 남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실적과 운’의 잣대로만 본다면 그가 성공 장관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는 세월호 여파로 경제가 빈사 직전이던 지난해 7월 16일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취임 직후 경기부양 보따리를 거침없이 풀어놓자 ‘초이노믹스’라는 별칭도 따라 붙었다. ‘강력한 한 방’ ‘지도에 없는 길’ 등 결기 어린 표현까지 동원하며 전의도 불태웠다. 그의 서슬에 가위눌린 한국은행도 자존심을 접고 네 차례나 기준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 수치는 참담했다. 성장률만 봐도 올 들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0%대다. 국회의 입법 독재 횡포, 슈퍼 엔저, 메르스 발생, 그리스 사태, 중국 경기 둔화,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등 대내외의 널브러진 상시·돌출·잠복 악재들이 원인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현 경제 난국을 최 부총리의 나쁜 운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그의 정책 실책도 그 책임이 무겁다. 정책의 선택·집중과 일관성이 명확했다면 악재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쑥 튀어나오는 포퓰리즘 정책도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단적인 예다. 주택금융 규제 완화 이후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째깍대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최 부총리는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 여의도에 돌아갈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확실한 그가 경제인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기간은 길어야 6개월 남짓이다. 이 기간에 청년실업과 구조개혁 부문 등에서 성과를 못 내면 그는 실패한 ‘정치인 출신 경제부총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더 큰 정치적 야망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운은 주어지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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