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찰들이 15일 수도 아테네 중심가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약 1만2000명이 참가한 반긴축 시위를 진압하던 도중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 불길을 피하고 있다.
그리스 경찰들이 15일 수도 아테네 중심가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약 1만2000명이 참가한 반긴축 시위를 진압하던 도중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 불길을 피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 ‘구제금융 개혁법안’ 통과12시간 넘게 찬반 격렬 토론
치프라스 ‘부결땐 사임’ 준비
일부 각료 사의… 개각 전망

의회 밖에선 1만여명 시위


그리스 의회가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 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부가가치세(VAT) 인상, 은퇴연령 상향조정, 통계청 독립성 강화, 재정지출 자동삭감 등의 개혁법안을 12시간이 넘는 난상토론 끝에 16일 오전 2시(한국시간 16일 오전 8시)쯤 통과시켰다. 국영방송 ERT, 카티메리니 등은 찬성 229표, 반대 64표, 기권 6표가 나왔다고 전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이날 전화회의를 열고 협상 개시와 단기 자금지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사당 밖 신타그마 광장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약 50명이 체포됐다.

외신들은 이번 표결 과정에서 38명의 집권 시리자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 및 기권표를 던졌고, 1명은 아예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일부 각료들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이르면 16일 중 개각 개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텔레그래프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법안이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사임 발표를 준비했었다고 보도했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지난 13일 유로존 정상회의가 그리스 정부에 15일까지 의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요구한 세금인상, 연금체제 개혁, 통계청 독립성 강화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 및 레스토랑에 부과되던 부가가치세(VAT)가 23%, 신선식품 및 에너지·물·호텔은 13%, 의약품과 책은 6%로 오르게 된다. 그리스 관광산업의 핵심지역인 도서지역에 VAT 30%를 인하해주던 혜택이 없어지고, 소규모 기업에 대한 기업세도 26∼29%로 상향조정된다. 대형자동차, 보트, 수영장에 대한 ‘사치세’도 인상된다. 은퇴연령은 67세로 높아지고, 2022년쯤 조기은퇴제가 없어진다.

그리스 의원 300명은 13일 오전부터 의사당에 모여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과연 국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줄 혹독한 긴축과 개혁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정오쯤 연단에 오른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13일 유로존 정상회의가 합의한 3차 구제금융의 조건을 ‘신 베르사유 조약’으로 비판하면서,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베르사유 조약’은 1차세계대전 종전 이듬해인 1919년 패전국인 독일과 연합국이 맺은 조약으로, 독일에 지나치게 가혹한 전쟁배상금을 부과해 나치 정권과 2차세계대전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바루파키스가 발언하는 동안, 의석 일각에서는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란 비난이 터져나오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6일 바루파키스가 전격 사임하면서 후임으로 발탁된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13일(유로존 정상회의가 3차 구제금융 협상개시 조건에 합의한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면서 “좋은 합의를 이뤄냈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겠지만 승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표결 전 연단에 선 치프라스 총리는 “나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협박당했으며, 좋은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것 말고 대안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의회 토론은 오전 10시쯤부터 시작돼 정오를 넘긴 후 점심을 위해 잠시 중단됐다가 오후 2시쯤부터 다시 시작돼 자정을 넘기고 나서야 마무리됐고 16일 오전 1시 반쯤 표결이 이뤄졌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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