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책이 많다. 어떤 건 포장은 화려한데, 내용이 부실하고 또 어떤 책은 표지와 제목은 평범한 데 반해, 상당히 탁월한 콘텐츠를 담고 있기도 하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의 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한 이 책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만유인력, 천재, 사과, 교수…. 퍼뜩 떠오르는 뉴턴에 대한 정보가 이보다 더 있는지. 그의 숨은 ‘경력’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 추리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구성했다. 저자의 매혹적인 스토리 텔링에는 매사추세츠 공대(MIT) 대학원 과학 저술 과정 책임자, ‘사이언스’ 지의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라는 다양한 직업이 한몫하는 듯하다.
1695년 53세의 뉴턴은 케임브리지를 뒤로하고 런던으로 떠난다. 영국 조폐국 감사직을 맡기 위해. 현대적 의미의 화폐가 막 등장하고 있던 17세기. 그는 런던 암흑가에서 급부상하고 있던 화폐위조 범죄자 윌리엄 챌로너를 쫓게 된다. 셜록 홈스가 아니라 바로 과학자 뉴턴이다. 그가 증거, 부주의한 대화, 밀고 등으로 촘촘히 짠 그물에 사람을 걸려들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부 도둑, 강탈자, 위폐범들을 이용해 그들보다 더 잡아들이고 싶은 사람들을 체포해야 한다는 사실은 뉴턴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문제는 저절로 어느 정도 바로잡히기도 했다. 최악의 부하들은 보통 도를 지나치다 못해 뉴턴이 필요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1967년 초에 뉴턴은 정보원, 첩보원, 길거리 어깨들의 연계망에 힘입어 런던 역사상 가장 유능한 범죄수사관이 됐다.”(207쪽)
책은 각종 뉴턴 전기와 뉴턴과 지인 간의 편지, 그리고 이 주도면밀한 지성인과 싸워야 했던 챌로너의 전기, 당시 조폐국 문서와 재판 기록 등을 근거로 삼았다. 독특한 관점의 ‘뉴턴 전기’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또한, 챌로너의 인생사를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다. 뉴턴은 챌로너에게서 자신의 만만찮은 지성에 도전할 만한 적수의 기운을 감지했다. 챌로너가 위조한 화폐 3만 파운드(현재 통화로 400만 파운드·약 68억 원)는 실로 거액이다. 그가 단순한 잡범이 아님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맹렬하게 추격전을 벌인 2년. 1690년대 중반은 영국 화폐위조의 황금기였다. 유통 중이던 주화 열 닢당 한 닢이 가짜. 또한, 세계 무역이 부상하고 있었다. ‘과학 혁명’이 불러온 시대상에 대한 논쟁과 비판 등 당시 영국을 주름잡았던 변혁의 일상적 경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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