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57)의 ‘복종’, 논쟁적 작가의 논쟁적 소설이란 수식 외에 이 작품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다.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은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도발적 문체와 거침없는 언행으로 숱한 논쟁을 거쳐온 작가의 이력에, 유럽사회의 주요 갈등 소재로 떠오른 이슬람 세력의 팽창 문제가 더해졌다.
2015년 1월 17일, 책 출간일에 발생한 비극은 소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마호메트를 희화화한 만평을 싣는 데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파리 본사를 습격해 총기를 난사, 편집진 열두 명을 살해했다. 소설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거의 동시 출간한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도 수개월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현재까지 책은 프랑스에서만 56만 부가 나갔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27만 부, 10만 부가 팔렸다. 전 세계 39개국 출간이 확정됐다.
‘복종’의 화자는 파리 제3대학(소르본 누벨)의 문학 교수 프랑수아다. 44세의 이 냉소적 지식인에게 정치나 사회적 이슈 따위는 환멸의 대상일 뿐이다. 그의 고독한 일상을 채우는 것은 여학생들과의 잠자리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화가 찾아온다. 날로 우경화돼 가는 2022년의 프랑스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극우파인 국민전선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이끄는 이슬람박애당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다. 온건한 무슬림인 벤 아베스는 바티칸을 자주 방문해 가톨릭의 호의를 얻고, 유대교 랍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 정치 수완을 발휘한다. 결국 결선 투표에서 중도파와 좌·우파의 지지층을 흡수한 벤 아베스는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이슬람 율법은 프랑스 사회 곳곳에 스며든다. 파리3대학은 파리-소르본 이슬람대로 명칭이 바뀌고, 무슬림만이 교수직을 맡을 수 있게 된다. 프랑수아는 퇴직당한다. 대신 65세까지 일한 후 받을 수 있는 액수만큼의 퇴직연금을 받는다. 중동에서 유입된 막대한 오일 머니 때문이다. 오일 머니는 침체된 경기도 되살려낸다. 실업률은 낮아지면서 범죄가 준다. 직업활동을 중단했을 때 주는 두둑한 가족수당 때문에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간다. 여성의 옷차림은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고, 일부다처제가 주요한 결혼 형태로 자리잡는다.
프랑수아는 혼란을 느낀다. 벤 아베스 정권은 모든 정치평론가들로부터 성공적이라는 평을 얻는다. 벤 아베스는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유럽으로 고개를 돌린다. 모로코에 이어 알제리와 튀니지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빠르게 진척되고 레바논과 이집트가 줄을 선다. 때마침 벨기에에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 프랑스는 유럽의 이슬람화를 이끄는 선봉에 선다. 실직 이후 창녀들과의 섹스를 즐기며 쾌락을 좇던 프랑수아는 무의미함을 느끼고 수도원을 찾지만 3일 만에 되돌아온다. 이때 대학 총장 로베르 르디제는 그에게 복귀를 청하며 개종을 권한다. 경제적 풍요와 일부다처제에서 얻는 삶의 안정이 점차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복종’은 풍자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우엘벡은 이슬람교를 수시로 비난해왔다. 2001년 프랑스 월간 문예지 ‘리르’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을 “가장 멍청한 종교”라고 표현해 이슬람 단체로부터 고소당했다가 무죄판결 받았다. 소설은 이슬람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지만, 일부다처제와 오일 머니 등에 대한 비약적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이슬람의 달콤한 열매 뒤 신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 복종, 남자에 대한 여성의 자발적 복종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우엘벡은 “이슬람 혐오주의 소설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면서도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장치로서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복종’은 애초 이슬람교가 아닌 가톨릭교를 소재로 쓰일 계획이었다고 한다. 옮긴이 장소미 씨는 “우엘벡은 가톨릭교든 이슬람교든 전통적 가치와 인습을 중시하는 이 성서 중심의 종교들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이 필연적으로 겪는 삶의 역경, 특히 고독과 소외, 노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리적 돌파구로서 간주한다”고 썼다. 그것이 무엇이든 분명한 사실은, 우엘벡은 일어날 법한 미래를 일어날 법하게 그려낸 소설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의 실체를 눈 앞에 가져다 놓는다는 점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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