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대답한 최은영이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흰 이가 조금 드러났다.
“그것이 일하는 데 상관이 있어요?”
“저한테는 없는 것이 나아서요.”
솔직하게 대답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몇 명 데려올 수 있지요?”
“일곱 명.”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러시아 여자를 여섯 명 데려오기로 했으니까 처음에는 그 정도로 시작하죠.”
“건물은?”
“컨테이너 6개를 붙여서 만들 테니 시간은 별로 안 걸려요. 컨테이너만 오면 되니까.”
최은영은 신의주에서 룸살롱 마담을 했고 서울에서는 룸살롱 아가씨였다. 경력 6년. 최은영도 신의주에 있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이제는 최은영이 물었다.
“팁은 얼마로 돼 있죠?”
“지금 술집이 세 곳 생겼는데 하룻밤 팁이 300달러에서 400달러, 잠자는 데 6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곧 내려가겠지요.”
머리를 끄덕이며 최은영이 말을 이었다.
“신의주에서도 그랬으니까요. 나중에는 업소끼리 협상해서 기준을 정하게 되지요.”
“늦어도 20일 후에는 영업을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까 준비해 두세요.”
“이런 경험 없으시죠?”
불쑥 최은영이 물었으므로 김광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 처음이 있는 겁니다.”
“신의주에서 식당을 하셨다면서요?”
“그것도 처음이었죠.”
“그전에는요?”
“건설회사 자재 담당, 한국에선 자동차 판매사원, 영어학원 강사, 보육원 버스운전사, 나이트클럽 주차요원…….”
손가락을 꼽던 김광도가 정색하고 최은영을 봤다.
“지금은 룸살롱 사장 준비 중.”
“그만하면 경력 되세요.”
역시 정색한 최은영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오늘 저녁 같이 식사하실 거죠?”
“아, 그래야죠.”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밥 먹고 클럽 한 곳에 가봅시다.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고급 클럽이어서 귀빈들 단골이에요.”
따라 일어선 최은영이 김광도의 옆에 바짝 붙어 섰다. 주위의 시선이 쏠렸다. 여자가 드물고 미인은 더욱 드문 곳인 것이다. 로비 옆쪽의 한식당으로 들어간 둘은 방으로 들어가 마주 앉았다. 이제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방 안이다. 코트를 벗은 최은영의 몸매는 예상대로 날씬했다. 김치찌개가 35달러나 됐지만 둘은 30달러짜리 소주까지 시켰다.
“자본금은 얼마나 되지요?”
최은영이 묻자 김광도가 입맛을 다셨다.
“신의주 식당에서 까먹었지만 내가 지금까지 모은 전 재산을 투자할 겁니다.”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러시아 동업자도 내놓을 거니까 모두 합쳐서 1억5000만 원.”
“그걸로 돼요?”
“동업자가 6개월간 술과 식품류는 외상으로 공급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때 최은영이 말했다.
“룸살롱 경영은 경리가 철저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는 빚지게 된다고요.”
최은영이 김광도를 똑바로 봤다.
“저도 5000만 원쯤 투자할 테니까 지분 주고 저한테 경리를 맡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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