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최고위원들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최고위원들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下> 계파 수장들 ‘셈법’문재인 “신당은 분열”… “민심이 허락안해 실패할것”

김부겸, 일단 총선에 매진… “개혁 요구 거세지면 결단”

천정배 ‘호남발 전국 신당’… “정치 신인들과 함께 할 것”

저마다 개혁 내세우지만 내년 총선 위기감이 ‘동력’


야권 신당 창당 움직임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야권재편의 시나리오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잠재적 대권 주자군들과 각 계파 수장들의 신당 구상에 대한 생각이 어디에까지 이르렀는지가 비상한 관심을 끈다.문화일보가 20일 야권 내 주요 인사들을 종합 취재한 결과 야권재편론자들의 ‘거사(擧事)’ 명분은 영호남 기반 지역 패권주의의 청산과 새로운 정치의 실현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전제조건은 현재 진행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작업의 실패다.

하지만 야권재편의 실질적 동력은 총선 위기감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 체제로서는 내년 4월로 닥친 20대 총선에서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다.

문 대표는 ‘신당은 분열’이라는 논리를 설파하지만 새정치연합 내 호남 기반 일부 중진 정치인들은 이미 창당을 선언한 상황이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야권재편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살피며 신당 군불을 때는 중이다. 호남의 대표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당의 통합을 부르짖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며 흐름을 관망하고 있다. 정계 은퇴 후 흙집에서 기거하는 손학규 전 대표는 ‘명분 없는 하산은 불가’라는 태도 속에서도 10%의 복귀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대구 출마를 준비 중인 김부겸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 후 야권재편 추진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486그룹은 당의 혁신을 지지하며 총선 후 친노(친노무현) 접수를 구상 중이고, 당 밖의 천정배 의원은 정치권 개조를 부르짖으며 호남발 전국 신당에 착수했다.

◇문재인= 신당 창당은 분열행위라는 논리를 설파 중이다. 친노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호남이 제일 경계하는 것은 분열”이라며 “호남 민심이 분당을 허용하지 않고, 분당해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윤호중·우상호 의원 등 범친노계 인사들은 “호남 민심을 지역당으로 묶어놓으려는 ‘호남자민련’ 창당 구상은 호남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쪼개는 자가 악(惡)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도권 표심의 기류를 살피는 중이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김상곤 혁신위원장 자체가 굉장히 이념적으로 ‘좌’ 쪽이고 중도와는 거리가 멀어 거기를 통해 나오는 안이 중도나 전체를 포괄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전 대표는 평소 사석에서 “연말로 갈수록 총선 전망이 흐려지면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문 대표 체제를 대체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거나 분당 등을 통해 야권재편으로 갈 것이다”는 말을 해왔다.

◇김한길= 공천을 통한 인위적인 물갈이론에 반대하면서 수도권 신당론 군불을 때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안 전 대표와 중도적인 개혁정당을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다. 김 전 대표는 혁신이 불발로 그치면 수도권의 바닥에서부터 신당론이 끓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측근 인사는 “당 혁신이 안 되면 어떤 형식이든 야권재편을 놓고 코얼리션(연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박지원= 당의 단합이 먼저지만 정치는 생물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태도다. 당 혁신 결과를 보면서 야권재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사석에서 “호남 민심은 통합해서 정권 교체하라는 것이며 호남자민련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박 의원은 하지만 기자와 만나 “혁신을 제대로 하지 않고 현 체제로 내년 총선 전망이 없을 경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손학규= ‘명분 없는 하산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손 전 대표는 뉴스도 보지 않고 신문이나 TV, 인터넷도 없이 정치판과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채 자기유배 중이다. 측근들은 “손 대표가 하산하는 경우는 한국정치에 더 이상 비전이 없고 진보뿐 아니라 보수층마저 복귀하라고 요구하는 경우일 것”이라며 “이럴 가능성은 10%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내년 4월 총선 매진 후 야권재편을 꿈꾸겠다는 생각이다. 김 의원은 최근 한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은 창당을 얘기할 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지만 총선 후 한국 정치의 질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일어나고 현재의 야당이 그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에는 결단해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천정배= 정치권 전체의 개조를 이루는 신당 창당이 자기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나는 갈 길이 정해진 사람”이라며 “여야의 영호남 지역 일당체제에 균열을 내는 도전에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호남자민련은 안 되고 정치 신인들과 함께 전국적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신당파= 일단 ‘호남자민련’으로라도 먼저 치고 나간다는 생각이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이대로는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패한다”며 “내년 총선 전에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486그룹= 당의 혁신을 지지하지만 총선 후 ‘친노 접수’의 때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이다. 486의 한 중진 의원은 “세대적으로는 우리가 정치를 담당해야 시대가 된 만큼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한 뒤 총선 이후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허민

허민 전임기자

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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