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든 서동수가 바 안을 둘러보았다. 행정청 청사에서 1㎞쯤 떨어진 ‘아무르’ 바 안이다. 출입구에 두 남녀가 들어섰는데 한국인 같다. 한 모금 술을 삼킨 서동수의 시선을 남자가 받았다. 이쪽을 알아보았는지 주춤하더니 곧 여자와 함께 발을 떼었다.
“카타리나, 하바롭스크에서 한시티까지의 도로 확장은 언제 끝나지?”
서동수가 묻자 카타리나가 머리를 기울였다. 자신의 소관이 아닌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2개월쯤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철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도로와 항공편밖에 없다. 그래서 한랜드의 도로 개설, 확장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도로뿐만이 아니다. 도로 주변의 마을도 함께 조성하고 있다. 하바롭스크에서 한랜드까지는 1000㎞가 넘는 거리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바 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르’는 러시아인 마르비가 사장으로 러시아 미녀가 20여 명이나 된다. 종업원 서비스가 좋은 데다 비록 컨테이너 박스 10여 개를 연결시켜 만들어 놓았지만 내부 장식도 훌륭했다. 그러나 서동수는 마르비가 러시아 조직원이라는 것을 안다. 보스 라진이 지금 한시티에 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저기 마르비가 오는군요.”
카타리나가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몇 번 와 보았기 때문에 카타리나도 마르비와 인사를 나눈 사이다. 서동수는 마르비의 뒤를 따르는 중키의 러시아인을 보았다. 보스 라진이다. 사진에서 본 모습보다 젊다. 그때 다가온 마르비가 서동수와 카타리나에게 인사를 하더니 뒤에 선 라진을 소개했다.
“장관각하, 라진 씨를 소개합니다. 모스크바에서 원유와 철강 사업을 하고 계시지요.”
“반갑습니다, 라진 씨.”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라진의 손을 잡았다. 카타리나하고도 인사를 마친 라진과 마르비가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안쪽의 귀빈용 좌석이어서 홀 안이 한눈에 보인다. 그때 라진이 서동수에게 말했다.
“각하, 저는 각하의 한랜드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한랜드 성장의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자하신 만큼 보장해 드리지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화답했다.
“한랜드는 신의주하고도 다르니까요. 어느 시기까지는 자유로운 투자, 개발,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동감입니다, 각하.”
라진이 얼굴에 주름을 만들며 웃었다.
“각하께선 과연 훌륭한 사업가십니다. 한랜드 발전에 결코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들의 옆모습을 보던 김광도가 최은영에게 말했다.
“저기, 장관 옆에 앉은 비대한 놈이 여기 사장이오. 그 옆의 러시아인은 모르겠는데.”
“장관 왼쪽의 여자는 누구죠? 미인인데.”
“장관 자문역이지, 장관 침실에도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어요. 이름이 카타리나라고 해요.”
“그럴 만한 여자네요.”
“이곳 사장이 러시아 마피아요. 그건 공공연한 사실이지. 장관은 그것을 알면서도 마피아를 받아들였다는 거요.”
“그렇다면 한국 조폭도 오겠네요?”
카타리나에게 시선을 주면서 최은영이 건성으로 물었지만 김광도는 그 순간 숨을 들이켰다. 당연한 일이다. 마피아를 받아들였는데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한국 조폭은 왜 안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