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協, DB 작업거쳐 내년에 구축
음원 사이트와 유사… 성공 미지수

김용택 “시 향유층 줄어들까 걱정”
장은수 “포털 사이트 과금이 옳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수많은 시(詩)가 게시돼 있다. 대부분 저자나 출판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엄연한 불법(저작권법 위반)이다. 다만 상업적인 목적이 없어 특별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저자 측도 시가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꺼린다. 정도가 심할 경우에만 삭제를 요청하는 선에서 그친다.

최근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가 디지털 음원 사이트와 비슷한 형태의 시 유통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해 주목된다. 이 협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어문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자들에게 위임받아 관리하는 곳. 서정주·박목월·고은 등 국내 2000여 명의 시인이 소속돼 있다. 문예협은 현재 관련 시스템을 운영할 사업체를 찾고, 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중으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이트 내에 시 낭송 스트리밍과 휴대전화 벨소리, 시 메일링 서비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도 만들 계획이다. 정구성 문예협 법무팀장은 “멜론, 지니 같은 디지털 음원 사이트와 유사한 형식”이라며 “시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사회적으로 정착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시 유통 사이트를 시작으로 그 범위를 소설, 수필 등 모든 어문 저작물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불법적인 인터넷 시 게시가 일정 부분 용인됐던 것은 개인이 시를 구입할 만한 마땅한 통로가 없었던 현실 때문이다. 시 유통 사이트가 열리면 합법적으로 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네티즌의 수요가 있을 것이란 게 문예협의 판단이다. 과거 음원의 경우 불법 MP3 파일 다운로드가 당연하게 이뤄졌지만, 현재는 유료 결제 사이트가 정착되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손정달 문예협 사무국장은 “불법적인 시 게시에 대한 법적 제재보다 이 같은 자연스러운 인식의 전환을 기대한다”며 “사이트가 자리를 잡는다면 문학 콘텐츠 재생산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업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상당수 시인과 전문가들은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요즘 사람들이 시도 잘 읽지 않는데, 돈을 내가면서까지 이용할지 의문”이라며 “합법적 유통 사이트가 생기면 자연스레 블로그, 카페 등에 임의로 올리는 시에 대해 제재를 가하게 될 텐데, 시 향유층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수영(문예창작학) 한양여대 교수는 “시인들은 몇 푼이 더 생길 수 있겠지만, 인터넷에 시 한 편 정도 올리고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형식은 난센스”라고 했다.

인터넷 시 게시에 대한 과금 대상은 개인이 아닌 해당 사이트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일반인들은 취미활동으로 시를 올릴 뿐이고, 실제 이런 콘텐츠들이 즐비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은 포털 사이트”라며 “이들이 수익 중 일부를 문학진흥 활동에 투입하는 방향이 옳다”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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