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의 뉴스가 한국의 뉴스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했다. 중국 증시 불안정이 한국 증시를 한바탕 흔들어 놓았고, 중국에서 난 교통사고로 한국 공무원들이 사망했으며,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중국으로 입국하면서 중국 내 첫 메르스 환자가 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지 않게 되면서 한국 관광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동부에 극심한 스모그가 끼었던 때에는 한국도 함께 미세먼지 피해를 보았다.

세계화에 따라 각국 경제 간의 상호 의존성이 커지면서 비슷하게 따라 움직이는 현상을 일컫는 동조화(同調化·coupling) 현상은 유독 중국과 한국 간에 급속히 심화하고 있다. 증시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영역에서 양국은 연계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참여로 연계 고리는 더욱 늘어나고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서 보면 중국의 손을 잡은 한국이 중국의 빠른 걸음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우려스러울 때가 많다. 가장 놀라운 점은 ‘느리게’라는 뜻으로, 중국인의 특징을 일컫는 대표적인 단어인 ‘만만디(慢慢的)’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빠른 의사 결정과 행동력이다. 중국 파트너와 협력을 하려는 한국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은 “중국 측에서 ‘당장 같이 하자’고 하는데 한국에 보고하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하곤 한다.

한 문화 관련 인사는 “한국 측이 체면을 중시하며 ‘명분’만을 찾고 ‘돈이 되는 수익 사업’은 뒷전에 미뤄놓고 있을 때 중국 측은 바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를 물어온다”고 말했다.

중국은 만만디 대신 빠르고 급격한 발전을 일컫는 ‘중국 속도’를 얘기한다. 하루에 3개 층씩 19일 만에 57층 건물을 올렸다는 최근 일화도 중국 속도로 표현됐다. 중국 도시인들은 우스갯소리로 “한두 달만 휴대전화를 끄면 자신의 존재가 사회에서 어느새 사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인터넷’과 ‘창조·혁신’ ‘창업’을 강조하자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 유학파들까지 몰려들며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서고 있다.

중국 CCTV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출연해 투자자들과 시청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투자를 유치하거나 이 같은 사람들에게 성공을 거둔 ‘창업 고수’가 나서 조연을 해주는 등의 프로그램이 여러 개 방영 중이다. 여기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다는 보조장치를 개발한 농촌의 장애인 남성도 나오고 주변에서 함께 놀고 싶은 사람들을 검색해 바로 합류해 ‘파티’를 하며 놀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는 대학 중퇴 ‘날라리’도 나왔다. 물리학적 원리와 파동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해외 유학파가 포함된 ‘글로벌 벤처팀’도 나왔다. 투자 결정과 계약이 그 자리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바로 시장으로 연결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빠른 의사결정, 적극적인 행동력, ‘방법이 없으면 방법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보겠다’는 분위기는 과거 대한민국의 국민성이었다. 그 자리를 중국인들에게 내준 것은 아닌지, 이제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중국에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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