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 사이에서 해킹프로그램 거래를 중개한 나나테크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사무실이 22일 오전 인적이 끊긴 채 휑한 모습이다.
국가정보원과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 사이에서 해킹프로그램 거래를 중개한 나나테크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사무실이 22일 오전 인적이 끊긴 채 휑한 모습이다.
나나테크 대표 언론에 국정원 ‘관심대상’ 전해

안보기밀 외국 첩보활동 해명과정 공식화할수도

자살 임씨 中문제 때문에 파일 등 삭제했을 가능성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정쟁이 가속화하면서 안보 관련 기밀이 아무 기준 없이 무차별적으로 드러날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 국적자에 대한 해킹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자칫 사태 전개에 따라 외국에서의 정보활동 문제로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 때문이다. 국가 정보기관의 해외 정보활동과 관련,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특정 국가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이 사건 초기부터 “내국인 사찰은 없고, 대상은 모두 해외 대공용의자”라고 밝힌 가운데 22일 “타깃은 중국에 있는 내국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정원과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 사이의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나나테크의 허손구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킹의) 주 타깃은 중국에 있다”면서 “(지난 18일 자살을 택한 국정원 직원 임모 씨가) 대상을 중국에 있는 내국인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킹 대상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경우 불법 감청 문제와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중국 등 외국에서 첩보활동을 한 사실 자체가 공식적으로 드러나도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거나 대남 공작을 위한 북한의 포섭 대상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경우 정보기관은 적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 또 국정원의 해명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 등과 연결되는 소위 ‘연락책’ 혹은 ‘소식통’들에 대한 정보들이 공개될 경우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외국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지만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절대로 공식 확인을 하지 않는 사안”이라면서 “국정원이 정상적인 대북 첩보활동을 했다고 해도 활동 국가명과 방법·인물 등이 공개될 경우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어 위험하며, 국정원이 해명을 하려다가 정보가 유출되면 오히려 국정원의 역할 자체를 스스로 옭아매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 씨가 이 같은 외국과의 외교 문제 때문에 관련 자료를 삭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 내 활동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기존에 밝혀 왔던 대로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해 내국인을 사찰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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