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고려대 교수팀 설문전공의들 열악한 근무환경… 환자안전 위협으로 돌아와

인턴 61%·레지던트 41% “의료과실 저지를 뻔 했다”


주당 근무시간이 일반 근로자의 2배 이상 많은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의료과실을 적지 않게 경험했으며, 대부분이 피로누적 탓에 근무시간에 졸음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팀이 보건사회연구 최근호(6월호)에 게재한 ‘한국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건강, 인식된 환자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전공의 1745명(인턴 359명, 레지던트 138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균적으로 1주일에 93시간을 근무했다. 한국인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41시간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은 1주일에 꼬박 이틀 이상(52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전공의들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5.4시간이었으며, 월평균 당직일 수는 8일이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의 지난 3개월간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인턴과 레지던트의 각 83.2%·78.6%가 전신피로를 호소했고, 두통과 눈의 피로를 호소한 경우도 각 78.2%·76.7%에 달했다.

우울 증상을 일반 근로자 집단과 비교하면 인턴이 약 8배, 레지던트는 약 5배 많았다. 자살 생각도 일반 근로자보다 인턴은 7배, 레지던트는 9배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잦은 직장 내 폭력 및 폭언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고스란히 환자의 안전위협으로 돌아온다. 전공의들의 환자안전과 관련된 인식을 확인한 결과 지난 3개월간 인턴의 13.8%와 레지던트의 8.7%가 의료과실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로 의료과실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저지를 뻔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인턴의 61%, 레지던트의 41.1%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근무시간에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졸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서도 인턴의 89.3%, 레지던트의 68.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한국 병원은 환자안전 및 의료과실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하고 의료과실 발생 시 개인의 책임을 먼저 묻는 처벌적 조직문화인 것을 고려하면, 전공의들이 이번 연구에서 의료와 관련된 과실을 과소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환자안전과 관련해 실질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공의 근무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그에 기반을 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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