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반… 정치 지형 변화 TK·호남 先 고려 관행 사라져
지역·이념 약해지고 정책 대결


제헌국회에서 전체 200명의 의원 중 수도권 의원은 39명(19.5%)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의원은 지역구 의석의 과반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당이 영남과 호남에 각각 뿌리를 둔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의원의 수적 우위 현상은 국회 및 정당의 역학관계는 물론 우리 정치지형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지방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수도권-지방 갈등 현안 처리 과정에서 지방의 목소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의원과 지방 의원이 오랫동안 대립해온 수도권 규제 완화를 비롯해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이나 지방대학 수도권 이전 문제 등에서 수도권 의원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박수현(충남 공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수도권이 국회를 지배하는 구조가 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이익이나 견해가 충돌하는 법안이 있을 때 지방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정치적 대립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수도권 유권자는 지방 유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주의나 이념적 성향이 적기 때문에 정치적인 수렴화 과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극단적 정치가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정당 운영에서 영·호남 비중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당직·예산 배분에서 새누리당은 대구·경북(TK), 새정치연합은 호남을 우선 고려하는 오랜 관행이 있다. 새누리당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를 구성할 때 TK가 인구수에 비해 많은 소위 위원을 배정받는다거나, 새정치연합에서 당직 구성을 할 때 ‘호남 몫’이 상수처럼 돼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역주의와 이념적 색채가 약해지면서 정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지역이나 이념이 약화되면 정치지도자의 정책적 컬러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수 있다”며 “이를테면 자영업 문제나 청년 실업 문제 등이 앞으로 훨씬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태(서울 양천을) 새누리당 의원은 “양쪽 당이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예산배분, 법안 처리 과정을 보면 수도권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의원 수가 좀 늘어난다고 이런 현상이 해소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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