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사냥꾼 / 피터 피오트 지음, 양태언 등 옮김 / 아마존의나비

1976년 중부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작은 마을 얌부쿠에서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하나둘 죽어갔다. 사망자들은 입과 코 등에서 출혈이 심했고 고열과 두통, 구토에 시달리는 증상을 보였다. 마을에서는 허공에서 죽은 채 숲으로 떨어지는 새들에 대한 소문도 퍼졌다. 자이르를 식민 지배했던 벨기에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속속 도착했다. 현지의 21개 마을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감염자 160명 중 사망자는 148명에 달했다. 사망률 92.5%, 새 감염병 ‘에볼라 출혈열’의 잔혹한 등장이었다.

저자 피터 피오트(사진) 전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총장은 바로 그 현장에 있던 1인이었다. 이제 갓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27세의 애송이 연구자는 급작스레 벨기에의 실험실에서 아프리카 자이르의 현장에 투입됐다. 국가를 대표해 에볼라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고, 질병의 확산을 막는 무거운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볼리비아에서 마츄포 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 질병관리본부 특수병원체 담당 칼 존슨,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피에르 쉬르 등 세계적인 감염학자들과 함께 두 달가량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현장을 누비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갔다.

책은 피오트 전 사무총장이 에볼라 출혈열을 시작으로 40년간 감염병의 최일선에서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관점을 회고한 것이다. 스스로 아프리카 심장부에서 유행병을 쫓는 탐정,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 국제보건기구를 이끄는 관료, 항바이러스제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협상하는 외교관 등으로 표현할 만큼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촌각을 다투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의 회고는 마치 현장감 넘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살아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말할 만큼 1970년대 감염병 예방에 대한 개념이 형편없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첫 대면을 할 당시 그는 장갑만 꼈을 뿐 방호복도,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실험실로 검체(감염자의 혈액)가 이송될 때는 플라스틱 보온병에 담긴 두 개의 검체병 중 하나가 이미 깨져버린 상황이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아찔한 일이다.

그가 감염학을 전공하려 했을 때의 일화도 감염병에 대한 당시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다. 백신과 항생제의 발전으로 감염병은 대부분 정복했다는 섣부른 결론이 만연했다. 지도교수와 주변 지인들은 모두 “감염학에 미래는 없다”며 말렸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에 가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는 감염학을 공부했고, 덕분에 너무도 많을 일을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남미 등 감염병 현장을 수시로 찾는 것은 물론 국제에이즈학회장, UNAIDS 사무총장 등을 지내면서 감염병의 세계적 대응을 주도했다. 책에는 감염병 대응을 어렵게 하는 아프리카의 내전과 부패한 정부, 관료적인 국제 보건의료체계, 국내외 늑장 대응 등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피오트 전 사무총장은 “1960∼1970년대 주류 의학계 의견과는 달리 세상은 인간과 동물을 괴롭히는 새로운 감염성 질환에 끝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단언한다. “감염병의 지역 구분도 무효하다”고 말한다. 최근 중부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출혈열이 발생해 1만7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1만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에볼라는 수천㎞ 떨어진 미국과 스페인에도 전파됐다. 한국 또한 6월 한 달을 휩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다. 지금, 그의 모험과 시각을 엿보는 일이 매우 절실할 때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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