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 분량의 대하소설소설가 김주영(76)이 길 위에서 써내려간 대하소설 ‘객주’는 19세기 보부상의 파란만장한 삶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격변의 시대상을 그린다.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통해 조선 후기 보부상 집단의 출현과 이들의 상업 활동을 조망하고, 토착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입체적으로 담는다. 이와 함께 버무려지는 부패 관료·몰락 양반·노비·농민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갈등과 유착, 사랑과 복수, 정치적 모략 등은 역사성과 극적인 재미를 모두 갖췄다는 평이다.

소설은 1979∼1982년 4년 9개월 동안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후 1984년 단행본(9권)으로 나왔다. 김주영은 이후 2013년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와 교보문고 웹진에 마무리 짓지 못한 뒷이야기를 추가로 집필했고, 10권 분량의 개정판을 출간했다. 그는 유년시절 보았던 저잣거리 사람들의 삶을 그려야 한다는 작가적 책임의식에서 작품을 끝까지 끌고 나갔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과거 보부상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옛 장터에 머물면서 소설을 집필했다. 경북 문경새재, 강원 영월장, 전남 벌교장 등 작품 속 공간과 평민층 생활어의 생생함은 그의 발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1971년 소설 ‘휴면기’로 등단한 김주영은 ‘객주’를 통해 주요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 작품으로 1984년 제1회 유주현문학상을 받았고, 이후 이산문학상·이무영문학상·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객주’는 출간된 지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만화가 이두호가 13년 전 ‘객주’를 원작으로 그린 만화(전 10권)가 많은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최근 재출간됐다. KBS는 오는 9월 탤런트 장혁, 유오성 등을 캐스팅한 새 수목드라마 ‘장사의 신―객주2015’를 방영할 예정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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