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최고의 순간을 숫자로 표시한다면 아마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제로일 것이다. 그것은 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우리가 최고의 순간을 숫자로 표시한다면 아마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제로일 것이다. 그것은 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끝난 제144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영국 BBC의 골프 해설자가 막말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3라운드를 선두로 마친 아일랜드 출신 아마추어 폴 던이 그의 어머니와 포옹하자 “폴 던은 나이 든 여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의 취향을 잘 모르지만 이 사례(어머니를 포옹한 것)는 맞췄길 바란다”는 성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A 해설자는 그 다음날에도 잭 존슨이 우승하자 생방송으로 “존슨의 부인은 남편의 우승 상금으로 새로운 부엌을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막말을 입에 담아 비판을 받았다. 결국 BBC 방송국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과를 해야 할 만큼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영방송 해설자가, 그것도 생방송 중에 성차별과 성적 농담을 한다는 것은 신사의 나라 영국민들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누가 들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엔 막말로 인해 상처받고, 파문이 일고, 사죄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정치인, 방송인, 친구, 부부까지. 직장 내, 그리고 가장 조심해야 할 골프장에서조차 막말이 오간다. 특히 부부가 라운드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모든 시각을 남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아내의 스윙이나 파워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도 못 치냐 병×”, “진짜 구제불능이다” 등의 인신공격성 막말은 결국 가정불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날카로운 칼보다 무서운 것이 말이다. 말은 생각한 다음에 하고,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기 전에 그만두어야 한다. 인간은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특별하지만 그 언어 때문에 커다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인 중에 막말 잘하기로 소문난 B는 안티 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더 늘고 있다. 막말이 시청률을 높이고 있어 그를 섭외 대상 1위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C는 남을 배려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착한 이미지로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맡았지만 지금은 하나씩 하차하고 있다. 착함이 독함보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방송은 시청률이 중요하고 정치인은 표밭이 필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정의는 있어야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비수가 된다. 골프장에서 아내가 좀 잘 못 쳤더라도 다음 샷은 분명 좋을 것이란 칭찬을 함으로써 행복한 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다. 막말은 단기적인 강한 메시지 전달력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곁을 떠나거나 만나기를 꺼리는 대상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괴테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는 요령이 있다. 누구를 대하든 자신이 아랫사람이 되면 저절로 자세가 겸손해지고 상대방은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다”고 말했다. 어떤 말을 함에 있어 존경이란 단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나 역시도 남에게 막말을 할 만큼 완벽한 인간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종현 시인 (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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