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쓰비시 머티리얼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회사에서 강제 노역한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금도 제공키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 양측은 오는 8월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전후로 베이징에서 만나 화해협정에 최종 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쓰비시는 지난 20일에도 미국을 방문, 강제 노동에 동원된 미군 전쟁포로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22일에는 영국·네덜란드·호주 포로에게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일본이 미국에 이어 중국에도 공식 사과한 것은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否定)으로 비등하는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앞서 중국과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전혀 딴판이다. 한국인 징용자는 다른 국가 노동자·포로와는 법적 지위가 다르고,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은 마무리됐다는 게 일본 측 논리다.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대일본 역사 문제 전선에서 미국과 중국은 쏙 빠진 채 최대 피해자인 한국만 ‘왕따’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은 우왕좌왕하며 혼선만 키우고 있다. 이번 ‘미쓰비시 사과’는 국제 사회는 오직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비분강개하며 일본만 규탄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교훈도 남겼다.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국제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그런 바탕에서 대일 전략을 수립하고, 일본 과거사에 대한 국제 공조 체제를 강화해나가야 실리도 얻을 수 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