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9월 방미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 조성 포석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일본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에 합의하면서 역사 인식을 두고 각을 세워 온 중·일 관계도 한층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역사 퇴행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일 외교에서 관계 개선과 안정적인 관리라는 흐름에 더욱 명분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는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 중국 내에서 소송 중인 중국 내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정부 간의 협상은 아니다. 그러나 종전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일본 정부의 잇따른 과거사 부정과 집단적 자위권법 강행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다음 달 발표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담화를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은 “이 사건 자체는 민간 간의 소송 과정에서 나온 것이나 (중·일 관계 개선의) 정부 간 분위기 조성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치적, 경제적 불이익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우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으로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9월 방미를 앞두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신경 쓰고 있다. 또 중국은 오는 9월 3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및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아베 총리를 초청해 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방미 전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앞서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두 차례 만남을 정식 정상회담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난 16일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베이징에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3대 조건을 제시했다고 23일 보도했다. 3대 조건은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과 국교정상화 당시의 중·일 공동성명(1972년), 중·일 평화우호조약(1978년) 등 이른바 4대 정치문서를 준수할 것, 그리고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전후 50주년 담화)의 정신을 계승할 것 등이다. 이는 중국이 이미 요구했던 사안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최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은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이라면 중국 측 역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서도 ‘정신을 계승하라’고 포괄적인 요구를 전달함으로써 ‘사죄’와 같은 구체적인 문구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관계 개선의 하이라이트인 정상회담과 관련, 요구 수준을 낮춘 것이다. 다만 일본 측이 역사와 관련해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이상 중국이 먼저 움직이기는 어렵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 역시 일본의 역사에 대한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분 없이 정상회담을 할 경우 국내적 설명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태도 변화가 선행되기 전에는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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