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튀기는’ 싸움이 피를 튀길지도 모르겠다. 언론사 취업 준비생 수동(조선형·권오율)과 곱창집에서 일하는 연소(김두봉·이교엽)는 사실 피 한 방울 안 섞인 형제다. 재혼한 부모님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 이제 남이다. 친구에서 형, 동생이 된 지 13년. 원래 사이가 나빴다. 더 같이 살아 뭐하나. 아빠 거는 아빠 아들이, 엄마 거는 엄마 아들이 가져가는 거다. 서른이 넘었건만, 부모님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은 처음 가족이 되던 날처럼 옥신각신한다. 10대라 해도 유치하게 여겨질 몸싸움과 말싸움이 계속된다. “내 팬티 입지 말랬지?”, “그만 무식하자”, “이딴 옷을 왜 사 입느냐”, “4수씩이나 했으면…”. 꺼내는 말마다 치졸하고, 건드리는 방식도 참 치사하다.
90분 내내 ‘찌질’한 다툼이 계속되며 깊어가는 ‘형제의 밤’(연출 조선형·사진). 이 연극은 예산·인력 부족으로 사라져 가는 좋은 작품을 개발하는 수현재컴퍼니의 ‘위드 수현재’ 시리즈 중 하나다. 2013년 으랏차차스토리가 초연해 호평을 받았으나, 세월호 참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세련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 3박자가 고루 조화를 이룬 참신한 작품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유산을 서로 자신의 것이라 우기며 엉겨 붙고,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며 공격하는 사이, 무대 위에는 ‘무거운 비밀’이 하나둘 올려진다.
관객들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핀란드로 여행을 떠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부모님, ‘수연’이란 낯선 이름을 남긴 엄마의 유언, 샴쌍둥이가 그려진 한 장의 그림, 그 위에 쓰인 아빠의 의미심장한 시…. 티격태격하는 형제의 모습은 연신 웃음을 자아내지만 대화 속에 제기되는 의문은 약간 어둡다. 왜 핀란드일까. 수연이는 누굴까, 샴쌍둥이는? 시는 우리(형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점점 꼬여가던 실타래는 두 사람이 칼부림(?)의 지경까지 이른 후에야 풀어지기 시작한다. 꽁꽁 감춰뒀던 형제의 ‘속마음’도 함께. 수동과 연소가 가족 탄생의 비화를 알아차릴 무렵, 관객석에선 차곡차곡 쌓인 슬픔이 터진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 문구를 빌려왔다. ‘우린 이미 가족이지만, 더욱 격렬하게 가족이고 싶다.’ 형제의 치열한 하룻밤은 이 때문 아닐까.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8월 2일까지. 02-766-6506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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