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노는것처럼 편하게
1000만 흥행은 무서운 일
거들먹거리고 싶지 않아
“시사회를 통해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봉 전까지는 계속 긴장돼요.”
신작 ‘베테랑’의 개봉을 앞둔 류승완(사진)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완벽한 오락영화’라는 극찬이 나오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가 벅차게 다가오기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을 증폭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다찌마와 리’(2000년),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년), ‘주먹이 운다’(2005년) 등 초기작들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후 ‘짝패’(2006년)에서 독특한 액션을 펼쳤고, ‘부당거래’(2010년)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펼쳐내는 능력을 선보였으며 ‘베를린’(2012년)으로 깊이 있는 연출력과 흥행 능력을 검증 받은 그가 아직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9편의 장편을 만드는 동안 필름에서 디지털로, 충무로 토착 자본에서 대기업 자본으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했어요. 이번에는 관객층의 세대 변화가 느껴져요. ‘베테랑’을 접한 관객이 내가 던진 공을 흘려보낼지, 아니면 쳐낼지 궁금해요. 지금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성공과 주저앉지 않을 정도의 실패만 경험했어요. 고만고만한 성적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긴장하게 돼요. 그게 저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기도 하고요.”
오는 8월 5일 개봉하는 ‘베테랑’은 류 감독 특유의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광역수사대 행동파 형사와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직설화법으로 관객에게 ‘돌직구’를 날리며 통쾌한 재미를 안겨준다. 또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로 깔끔한 뒷맛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류승완이 작정을 했군’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반대예요. ‘베를린’을 만들며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괄약근을 풀고, 편하게 즐기면서 했어요. ‘베를린’에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그 사람들이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하는 생각으로 ‘베테랑’을 만들었어요. ‘베를린’은 홍대 클럽에서 꽃단장하고, 옷에 음식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만들었다면 ‘베테랑’은 늘어진 추리닝을 입고 동네 근린공원에서 노는 것처럼 만들었죠. 이번 현장에서는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등 배우들은 다 고생했지만 제 노동 강도는 가장 약했어요.”
그는 즐겁게 만든 만큼 흥행에도 크게 신경 안 쓴다고 밝혔다.
“요즘 좀 괜찮게 나오면 ‘1000만’ 얘기가 나오는데 ‘1000만’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숫자예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숫자죠. 그래서 무서워요. 물론 흥행이 잘되면 좋지만 ‘기록적인 스코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별로예요. 거들먹거리고 싶지도 않고, 겸손한 척하는 것도 피곤하거든요.(웃음)”
류 감독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흥행행진을 이어가는 것을 반기며 응원의 말도 전했다.
“‘암살’이 정말 잘돼야 해요. 그래야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도가 회복되거든요. 또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규모의 시도가 성공을 해야 다음 영화에 발판이 되잖아요. 또 ‘베테랑’과 ‘암살’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오)달수형, 진경 씨를 위해서라도 잘돼야죠.(웃음)”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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