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 흥행 주도하는 두 감독이번 영화 인물보다 목적 중요
속도 조절하며 정중동 지켜
‘도둑들’보다 재밌다고 생각
大作과 경쟁 잘될거라 믿어요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맞아 한국영화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을 만든 ‘충무로 흥행불패’ 최동훈 감독이 신작 ‘암살’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도 다양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여름 ‘명량’(1700만 명)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800만 명)의 기분 좋은 성적표를 떠올리며 두 감독의 신작들이 ‘쌍끌이 흥행’으로 부진에 빠진 한국영화를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일보와 만난 두 감독은 서로의 영화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이번에도 최동훈(사진) 감독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연출한 영화 ‘암살’이 개봉 첫 주 337만 관객을 모으며 상반기 내내 외화에 밀려 수세에 몰렸던 충무로를 수렁에서 건졌다.

‘암살’의 최동훈은 달라졌다. ‘범죄의 재구성’을 거쳐 ‘타짜’와 ‘도둑들’에 이르기까지 그가 전매특허로 내세웠던 ‘속도감’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타짜)나 “여자는 치마는 짧고 머리는 길어야 돼”(도둑들) 같은 촌철살인 대사도 없다.

하지만 ‘타짜’를 마친 후 최 감독이 10년간 준비한 ‘암살’에는 폐부를 찌르는 메시지가 담겼다. 독립군의 이야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역사이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기존 최 감독의 작품을 보며 눈이 즐거웠다면, ‘암살’은 머리가 먼저 움직인다. 속도가 준 만큼 한 발씩 내딛는 발걸음은 더 묵직하다. 그는 분명 기존 팬들을 배신했다. 하지만 극장문을 나설 때 이 배신감은 쾌감으로 바뀐다.

“배신 안 하려 노력 많이 했습니다. 영화의 재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줄 수 있으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암살’이 ‘도둑들’보다 더 재미있어요. ‘도둑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영화죠. 늘 알던 친구가 오늘은 다른 스타일의 옷과 헤어스타일로 나왔을 뿐, ‘암살’은 분명 최동훈의 영화입니다.”

‘암살’에는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암살’이라는 행위 자체다. 기존 그의 작품이 ‘타짜’, ‘전우치’, ‘도둑들’과 같이 인물을 제목으로 삼은 것과 궤를 달리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가 누군가를 암살하려는 과정이죠. 누가 누구를 암살하려는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가 중요합니다. 반드시 암살을 해야만 하는 서사 위에, 그 행위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인물들이 존재하죠. 이건 ‘도둑들’에서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행위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암살’이 템포를 조절하며 ‘정중동(靜中動)’을 지킨 이유죠.”

최 감독은 1930년대 경성으로 관객들을 온전히 초대하기 위해 미술 프리 프로덕션에만 8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정교하게 제작된 세트에 어렵게 공수한 차량과 총기, 의상을 채웠다. ‘적당히’를 모르는 최 감독의 눈높이를 맞추는 사이 ‘암살’의 순제작비는 180억 원까지 치솟았다. 긴 작업을 마쳤지만 그의 마음이 아직 편하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한 주 차이로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과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연이어 개봉한다.

“예산은 곧 현실이고 현실의 벽은 언제나 높죠. 하지만 영화는 제 꿈인데 예산 때문에 그 꿈을 꺾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열심히, 잘 찍자’였습니다. ‘전우치’는 ‘아바타’, ‘도둑들’은 ‘다크 나이트’와 붙었는데 이번에는 ‘미션 임파서블’이네요, 허허.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도 기대가 큽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부담감도 크지만 좋은 영화들은 함께 잘될 거라 믿습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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