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27일 “기업·기업인이라고 해서 수사나 사법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근거에 입각한 최소한의 수사에 그쳐야 한다”며 수사 관행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 기조강연에서 원고에 없는 발언을 통해 두 가지 폐해를 집중 거론했다. 첫째 ‘별건(別件) 수사’다. 그는 “처음에 의심했던 부분이 없으면 나와야지 다른 걸 뒤져서라도 꼭 결과를 봐야겠다는 수사 관행은 그만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표적 수사’다. 대통령·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업인을 정권과 연계해서 단죄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받고,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기업 수사가 종종 상궤를 넘고 있는 현실이다. 포스코 수사가 비근한 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3월 ‘부정부패 척결’을 천명한 다음날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는 5개월째다. 그러나 검찰이 비리의 핵심 라인으로 지목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구속영장은 27일 두 번째 기각됐다. 지지부진한 진행을 볼 때 수사의 ‘종착점’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03년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은 사옥과 임직원 집 4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70여 명을 불러 조사했으나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끝냈다. 그해 김승연 한화 회장에 대한 수사에서도 당초 겨냥했던 횡령 혐의가 나오지 않자 배임 혐의로 방향을 전환했고, 그 과정에서 임직원 350여 명을 줄줄이 소환했다. 별건 수사, 혹은 먼지떨이 수사의 실례다. 특히 실적을 내야 하는 표적 수사나 ‘하명(下命) 수사’에서 별건 수사가 뒤따르는 경우가 적잖다.

정도(正道)를 벗어난 수사는 기업을 주눅들게 하고, 대외 이미지를 깎아내린다. 김 회장은 “기업 수사가 1년, 2년 계속되는 경우 어떻게 국제 무대에서 경쟁을 해나갈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치료가 꼭 필요한 환부만을 정확하게 도려내는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하자”고 했다.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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