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은 철학·이론 아닌 해결책 찾는 일”“내 삶을 인도하는 것은 철학이나 이론이 아니다. 내가 할 일은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고, 내가 찾은 성공적인 해결책들에서 원칙을 추출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이론에 따라 무슨 일을 하는 법이 없다. 내 방식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궁리하고 여러 대안을 검토한 끝에 해결책을 찾으면 그 연후에야 그 해결책의 원리적 배경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상충하는 입장들이 난마처럼 얽힌 중요한 난제를 만나거나 제안된 해결책이 통하지 않으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그렇게 하면 일단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을 택했다가 여의치 않아도 다른 대안이 있다. 막다른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다.”

지난 3월 91세로 세상을 떠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밝히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그래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블랙윌 미국 외교협회 연구위원이 리콴유 전 총리와의 인터뷰, 저서와 연설문을 정리해 그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리콴유가 말하다’(행복에너지·사진)가 번역, 출간됐다.

편저자들은 제1장에서 9장까지 70개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이에 리콴유는 명쾌하고 직설적이며 때로는 도발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전체적으로 실용주의자로서의 그의 진면목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국제 정세의 주요 축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의 미래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은 놀랍다. 특히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실용적 외교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는 케임브리지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50년에 귀국해 노동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뒤 1954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해 싱가포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55년 입법의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1959년 싱가포르 자치정부의 총리가 된 뒤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탈퇴하는 과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1990년 이후에도 87세이던 2011년까지 내각에 남아 국정에 참여했다. 리콴유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정치인이자 20세기 아시아 부흥을 이끈 위인으로 평가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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