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통해 몸안 습기·열기 배출
황색 띠게하는 크로세틴·크로신
자다가 자주 깨는 현상 감소시켜
혈압내리고 울화 풀어줘 뇌 안정
화병 치료·소화불량 해소에 도움
하얀 치자꽃 향기는 은은하면서도 멀리간다. 이해인 시인은 ‘칠월의 시’에서 ‘칠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라고 썼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샤넬의 ‘가드니아(Gardenia)’도 치자꽃 향기를 머금은 향수이다. 우리가 흔히 치자라고 부르며 천연 색소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것은 이 치자꽃이 지고 난 자리에 맺힌 열매다.
치자 열매는 해열과 지혈, 소염 등의 효능이 있다 하여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이용됐다. 예전에는 파전이나 부추전을 부쳐먹을 때 밀가루에 치자를 조금 타서 노란색이 나게 했는데 색감도 보기 좋았지만 배탈이 나는 것도 막아주었다고 한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치자를 불면증에 특효인 약재로 인정하고 있다. 한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가슴에 울화가 있는 사람들은 가슴 위로 열이 오르고, 몸이 덥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날씨가 더워지면 몸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짜증, 가슴답답, 초조감이 더욱 심해지면서 잠을 더욱 못 자게 된다. 이때 치자는 몸의 열을 내리고 가슴속의 울화를 풀어주어 뇌를 안정시키고 잠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치자는 체내 습열을 없애는 효과도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열대야가 지속될 때 치자차를 마시게 되면 몸 안의 습기와 열기가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열대야를 잘 넘길 수 있다.
최근 치자의 이 같은 한의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가 성분 분석과 각종 실험을 통해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치자가 황색 염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은 크로세틴(crocetin)과 크로신(crocin) 성분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분들은 치자의 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외국의 한 실험에서 이 성분들을 성인에게 처치해본 결과 수면 중 각성, 즉 자주 잠에서 깨 일어나는 현상이 감소했다. 주관적 평가에서도 수면의 질이 개선됐다.
또 얼마전에는 치자의 항우울 효능 관련 실험결과가 밝혀졌는데 치자의 게니핀(genipin) 성분이 항우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자의 크로세틴, 게니핀 성분이 신경을 안정시켜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이로써 확인된 셈이다. 이와 함께 크로세틴과 게니핀 모두 담즙분비 촉진작용을 해 간세포를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담즙분비는 황달 예방에도 좋다. 또 치자의 게니포사이드(geniposide) 성분은 항염증 효능을 보였다.
그외에도 알려진 치자의 효능으로는 기관지 질환 및 감기 예방을 들 수 있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치자는 건조한 봄철이나 겨울철 기관지 및 코가 건조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강력한 항균기능이 있기 때문에 각종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부터 몸을 지켜준다.
한방에서는 혈압을 내려주고 소화불량을 해소해 주는 약재로도 많이 쓴다. 또한 화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치자를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와 섞어 붓거나 통증이 있는 부위에 붙이게 되면, 통증이 가라앉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효능 때문에 오래전부터 치자는 식용염료나 음식 재료뿐 아니라 차로도 많이 음용됐다. 차의 재료가 되는 부위는 열매, 꽃, 잎 등으로 꽃은 개화기인 6∼7월에 채취하고 열매는 9∼10월에 채취하며 잎은 수시로 채취한다. 각 재료를 통풍이 잘 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 사용하면 된다.
치자꽃은 향이 좋아 음식의 미각을 돋우는 데 많이 이용된다. 뜨거운 물 1잔에 2∼3g 정도를 우려서 마신다. 치자 열매는 차로 마시기 전에 과병(열매와 줄기를 이어주는 부분) 등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3∼5분간 데치거나 시루에 10∼20분간 쪄서 햇볕에 말린 다음, 약한 불로 황금색이 되도록 볶는다. 그리고 물 600㎖에 치자 6∼10g과 생강 4g을 넣고 달여 하루 2∼3잔으로 나누어 마시면 된다. 숙면을 도울 뿐 아니라 환절기 감기도 예방해준다.
치자잎은 수시로 채취하여 살짝 찌거나 데쳐서 햇볕에 잘 말리고 뭉근한 불에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이용한다. 차의 분량은 물 600㎖에 5∼8g을 달여 하루 2∼3잔으로 나누어 마신다.
<도움말=위영만 휴한의원 강남본점 원장>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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