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공방 장기화 여파 北당국 ‘대응태세정비’ 돌입
RCS 무용지물·휴민트 붕괴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정치권 공방으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북 사이버 정보 활동과 휴민트(인적 정보) 정보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해킹 의혹이 불거지는 바람에 (이탈리아 해킹팀에게 4년 전 구입한)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달여 동안 진행된 이번 해킹 논란 사태로 이미 대북 정보시스템의 주요한 내용과 수단, 방식 등이 알려지면서 북한에서도 이를 면밀히 파악, 대응 태세를 정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비해 기존 시스템의 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프로그램 로그파일 전체를 다 공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사이버 정보 수집뿐 아니라 휴민트에도 큰 구멍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보 관련 소식통은 “여러 가지 대북 정보 수집 수단 중 휴민트는 미국도 한국에 많이 의존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번 붕괴되면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해 이제 국익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현영철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는지 논란이 일 때 국정원과 국방부 등이 자신 있게 그가 총살됐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휴민트 덕분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해킹 의혹 사태가 장기화하고 정보 수집 경로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노출될 경우 휴민트 붕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상호(정치미디어학) 대전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정원 사태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방첩 활동까지 포함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이어가는 것은 국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남석·인지현 기자 greentea@munhwa.com

관련기사

오남석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