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오 밴드·크러쉬 도마에 올라
해명 나와도 의혹 제기만 열중

함부로 단정땐 당사자 치명타
“시비 지양하고 발전적 도약을”


대중문화계가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불과 1주 차이 3건의 표절 시비가 제기됐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 후 각종 음원 사이트 순위 정상을 휩쓴 혁오 밴드(왼쪽 사진)와 신흥 음원 강자 크러쉬, 그리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수목극 ‘가면(오른쪽)’이 대상이었다.

최근 가장 각광 받는 콘텐츠를 상대로 제기된 표절 논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대부분 금세 식었다. 변죽은 요란하게 울렸으나 실체는 없었다. “표절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슷하게 만든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반박도 있다. 같은 소재를 다루며 다르게 변주해도 일종의 클리셰(상투적이거나 일상적인 표현을 뜻하는 프랑스어)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느낌이 비슷하다고 표절로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 예술가들에게 표절은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함부로 표절이라는 족쇄를 발목에 채우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 콘텐츠가 표절 시비를 딛고 선 과정을 살펴보자. 혁오 밴드는 그들의 곡 ‘론리(Lonely)’와 ‘판다 베어(Panda Bear)’가 각각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의 ‘1517’과 유미 조우마(Yumi Zouma)의 ‘도디(Dodi)’와 닮았다는 지적과 마주쳤다.

소속사 하이그라운드 측은 “‘론리’는 지난 3월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리더가 내한했을 당시 오프닝으로 함께 공연했고, ‘판다 베어’는 ‘도디’보다 발표 시기가 빨랐다”고 해명했다.

크러쉬 역시 그의 신곡 ‘오아시스’가 팝가수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의 ‘오쿼드(Awkward)’와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이 의문을 풀어준 이는 벨린저 본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사하게 들리지만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크러쉬를 응원하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크러쉬 측이 벨린저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또 다른 의혹까지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며 “표절 논란에는 민감히 반응하면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해명에는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이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20부작 ‘가면’은 종방을 불과 1주 남기고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김명우 작가는 ‘가면’이 자신이 쓴 ‘그림자 여인’과 서사와 등장인물의 역할 및 설정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면’의 제작사는 “얼굴이 비슷한 인물이 다른 이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고전 ‘왕자와 거지’ 이후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뤄졌고, 김 작가가 ‘가면’과 ‘그림자 여인’이 유사하다고 지적한 몇몇 장면 역시 상투적인 표현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그림자 여인’은 현재 개발 중인 작품이라 외부에 노출조차 되지 않았다. ‘가면’ 제작사는 빠른 입장 표명으로 표절 의혹을 일축했고, 이후 김 작가 측의 반박은 현재까지 없다.

신경숙 작가 표절 사태가 몰고 온 후폭풍으로 알 수 있듯, 창작을 바탕으로 한 문화계에서 표절은 절대악이다. 응당 처벌을 받고 펜을 꺾거나,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표절이 아님에도 일부 유사하게 들리거나 보이는 지점이 있다고 표절 작가나 표절 가수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어찌 될까. 결과적으로 표절 판정을 받지 않더라도 해당 창작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오명을 남기게 된다.

최근 대중문화계에 표절 논란이 많아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정말 표절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졌거나, 세상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 본 수많은 네티즌이 SNS의 발달을 통해 표절 의혹을 쉽게 제기하거나 공론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논란을 위한 논란은 지양하고, 대중문화계가 더욱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표절은 친고죄이기 때문에 원작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된다. 결국 원작자가 부인하면 표절이 성립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콘텐츠와 유사점이 발견돼 표절 의혹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고 고통을 짊어지려는 노력이 있어야 향후 비슷한 상황의 발생을 막고, 대중문화계가 더욱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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