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해외 생산라인을 자국으로 돌리고 있다고 한다. 혼다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 중인 북미 수출용 소형차 ‘피트’를 내년 3월부터 사이타마(埼玉)현 요리이(寄居) 공장으로 옮겨 연 3만 대씩 생산한다고 한다. 토요타는 미국 스바루 공장에서 위탁 생산해온 캠리 물량을 2017년부터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 공장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환율 요인도 크지만, 10년 넘게 추진해 온 자국 기업 유턴 촉진 정책이 그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자국 기업 유턴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선 기업의 해외 이탈(off-shoring)이 이슈였다. 이 추세가 미국에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던 미국에 자국 기업 유턴(re-shoring)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유턴 기업 장려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턴 정책의 골자는 최대 20%에 이르는 이전비용 지원, 2년간 설비투자 세제 감면 등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총괄하는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에 따르면 2010년에 16개 남짓하던 유턴 기업이 지난해엔 300개 이상으로 급격히 늘었다. 또 지난 수년간 제조 기업 유턴으로 일자리 2만5000개가 늘어났다. 획기적 투자 환경이 아쉽고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 신음하는 우리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은 또 어떤가. 2000년대 초 대대적인 규제 개혁으로 기업 유치 인센티브를 높였고, 지자체들 사이에 유턴 기업 등 기업 유치 경쟁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東京)도 북쪽에 인접한 사이타마현의 경우 적극적인 기업 유치 정책으로 혼다를 비롯해 2007년 기준으로 약 3172억 엔의 투자를 유치했다. 신규 고용자 수는 8589명, 경제적 효과는 약 1조3488억 엔이었다. 이밖에도 여러 지자체의 성공담이 전해지는데, 규제를 풀고 지자체 간 기업 유치 경쟁을 촉진해 나타난 결과다.
우리 현실을 둘러보자.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투자는 2231억 달러인 데 비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는 862억 달러로 들어온 투자가 나간 것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 매력도 측면에서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원인이 뭘까. 우리나라는 기업 유치는커녕 들어오려 해도 투자가 쉽지 않은 규제 환경을 갖고 있다. 특히, 수도권엔 공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수도권 규제나 지역 이기주의가 문제다. 경기 이천에 공장을 지으려던 세계 최대 백신 제조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해당 공장을 설립한 사례가 그렇다. 이천에 조성하려 했던 레고랜드도 수도권 규제에 막혀 독일로 투자처를 돌렸다고 한다. 이처럼 규제 때문에 삽을 뜨지 못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보니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유턴은커녕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우리의 규제 환경 자체가 기업 유치에 친화적이지 않다.
우리 역시 유턴 기업 지원 정책이 있지만, 적용 폭이 좁다. 돌아오는 기업에 제공하는 법인세 감면도 대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완전 철수가 아닌 경우에는 감면 기간이 2년으로 제한적이다. 완전 철수에만 4년 동안 감면해 주고 있다.
외국 기업들 사이에선 노동 이슈도 고민거리다. 최근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을 만난 일이 있다. 그는 한국의 적대적 노사관계나 낮은 생산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엠이 전 세계 24개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처럼 매년 노사 협상을 하는 경우도 없고, 한국처럼 적대적인 곳도 없다고 했다. 또 생산성 대비 인건비가 미국이나 독일 수준에 육박한다는 그의 지적이 뼈아프다.
수도권이든 지방 어디든 자유롭게 공장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성장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 유턴하는 우리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하나라도 더 유치하는 게 해법이다. 또 중소·중견 기업에만 국한된 유턴 기업 인센티브를 대기업에도 확대해야 한다. 앵커 기업이 들어오면 납품 업체, 관계사 유치까지 도모할 수 있으니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가장 급한 문제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많은 외국 투자자가 걱정하는 부분인 만큼 최우선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쪼록 올 하반기에는 성장 패러다임을 통한 우리 기업 유턴, 투자 유치에 정부와 국회가 사활(死活)을 걸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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