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마술 결합한 ‘화우’… 55세 이상 실버대회도 눈길
“과거 세계 마술의 중심은 유럽이었다. 2015년 현재 세계 마술의 얼굴은 한국이다.”
도미니크 단테(이탈리아) 세계마술연맹(FISM) 회장의 말이다. 지난 2006년 마술에 관한 한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서 닻을 올린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창립과 그동안 운영을 주도한 강열우(부산예술대 교수) 집행위원장과 김찬주 총괄팀장 등 부산매직페스티벌 조직위는 매년 대회 수준을 향상시키며 인식이 낮고 주변 인프라가 없던 난제를 하나씩 극복해 나갔다.
이제는 신인 마술사들이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는 등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술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 11일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FISM 총회에서 ‘마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8 월드 마술 챔피언십’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부산이 국제 마술계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부산은 이날 254표를 얻어 강력한 경쟁자인 핀란드 헬싱키(141표)를 누르고 차기 개최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대회는 지난 1948년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돼 3년마다 열린다. 6개 대륙별로 예선을 거친 60여 개 국 150여 명의 정상급 마술사가 총출동해 기량을 겨룬다. 8일의 행사기간 동안 세계 마술사, 마술 개발자, 연출가 등 5000여 명과 관람객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최대 마술축제다. 어려울 것 같았던 승부에서 오히려 큰 표차로 이긴 것은 이제 ‘한국이 세계 마술의 미래’라는 회원국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유치단 측은 밝혔다.
우수한 컨벤션 인프라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 부산에서 매직페스티벌을 통해 신예 실력자들을 키워내 세계 마술계의 기반을 넓혀온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드 챔피언십을 비롯, 이탈리안 매직클럽 컨벤션, 미국 월드매직세미나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해 세계적인 마술사 반열에 이름을 올린 안하림, 유현민, 한설희, 유호진, 이기석, 하원근, 이기석, 이창민, 박설하 등은 부산매직페스티벌이 배출한 스타들이다. 이들은 젓가락을 사용해 선천적으로 손기술(매니퓰레이션)이 강한 한국인의 장점을 활용해 카드나 꽃(장미) 등 단순한 도구 하나로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마술계를 평정했다. 특히 유호진은 2012년 월드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이기석, 하원근, 유현민 등이 5개 부문 24개의 상 가운데 무려 8개를 휩쓸어 세계 마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에릭 에스원(네덜란드) FISM 회장은 “이번 대회는 코리안 위크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산매직페스티벌은 매년 개막행사를 수만 명이 모이는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의 대규모 야외 공간에서 실시하는 파격적인 시도로도 관심을 모아왔다. 강한 바닷바람 등 기술을 펼치는 데 변수가 많은 개방된 장소에서의 공연은 세계 마술계로서는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공연을 한 마술사들은 “최대의 관중 앞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며 극찬해 더욱 유명해졌다. 바다축제 기간인 오는 8월 6~9일 열리는 올해 10주년 행사에서도 100여 명의 국내외 마술사가 관객들을 다양한 마술세계로 안내한다. 우선 ‘나이트 매직 갈라쇼’에서는 월드 챔피언십 역대 우승자 10명이 초청돼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20여 명이 다시 우승자를 가리는 국제마술대회는 ‘나는 가수다’의 마술사 버전이라 할 만하다. 각국의 전통 예술을 드라마와 마술에 접목한 매직 드라마 ‘화우’와 마술사 및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키즈 매직, 팀플레이, 전통마술의 발굴 등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등장한다. 특히 55세 이상이 참가하는 실버마술대회에는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실력파 마술사들이 출연한다.
강열우 부산매직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말이 통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고, 건조한 일상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마술은 떠오르는 관광상품”이라며 “한국인 특유의 섬세한 손놀림과 동양적인 미적 감각 및 상상력을 살린 마술은 또 하나의 인기 한류(韓流)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2년 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예·체능계에서 최대의 메인 이벤트를 유치해 기쁘다”며 “향후 부산에 마술 전용관 건립과 마술의 대중화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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