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수 시절 때에도 현실 정치에 많이 관여했었다”며 “당시에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 주력했다고 하면 현재는 문제 제기뿐 아니라 해결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고 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는 게 달라진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수 시절 때에도 현실 정치에 많이 관여했었다”며 “당시에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 주력했다고 하면 현재는 문제 제기뿐 아니라 해결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고 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는 게 달라진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솔 멘토(Soul Mentor)’는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다. 정 장관이 허 교수의 학맥상 제자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히 ‘사제지간’으로만 언급하고 지나가기엔 너무나 깊은 영혼의 교류가 쭉 이어져 왔음을 이번에 확인했다.

발견은 우연하게 이뤄졌다. 인터뷰 준비차 정 장관의 이력을 훑어보던 중 학부와 석사, 박사의 출신교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81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경희대에서 석사를 받고, 다시 박사학위는 연세대에서 취득한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왜 이렇게 학교를 옮겨 다니셨어요?”하고 물어본 순간, 정 장관의 얼굴은 마치 시골에서 기별 없이 상경한 노모를 맞으러 버선발로 뛰쳐나간 출가외인처럼 그리움과 존경, 엄숙한 긴장감으로 살짝 굳어졌다. “선생님 따라간 거죠.” “예?” “허 교수님 말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정 장관의 회고에 따르면 서울대 재학 시절 사법고시 공부 중 허영 교수의 헌법서를 읽고 크게 감복했다고 한다. ‘이런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경희대에 재직 중이던 허 교수 밑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졸업 무렵 논문을 한참 쓰고 있을 때 허 교수가 특유의 타협 없는 강직함으로 학교 측과 무슨 이유로 부딪힌 다음 연세대로 적을 옮겨 버렸다. 정 장관은 “석사 졸업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이라서 결국 논문에는 첫 지도교수였던 허 교수님 아닌 다른 교수님의 이름이 올라갔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박사 학위 지도를 받으려 허 교수에게 전화를 했더니 “신촌으로 와라”하길래 “거기가 어딥니까”하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허 교수는 웃으며 “이런 촌놈”이라고 면박 아닌 면박을 주었다고. 경주에서 상경해 관악 캠퍼스에서 공부에만 매달리던 20대의 정종섭은 서울 다른 곳 구경은 한 번도 못 해본 까닭이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 연세대 박사 과정 중 종강 저녁 모임에 꾸물대다가 5분 정도 지각하게 됐다. 입구에 들어서려던 바로 그때, 허 교수가 자신을 불러 세우며 “유(You), 지금 어딜 오는 건가”하고 닦아세웠다. 우물쭈물 변명을 하려니 허 교수의 추상같은 꾸짖음이 시작됐다. 학문을 하려는 자가 시간 하나 못 지키면 자격이 없다는 요지였다. 정 장관은 “가장 사랑하던 애제자를 만인이 보는 앞에서 사정없이 야단치셨다. 스승님은 그런 분”이라고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 교수는 제자 정종섭의 인생 고비고비마다 엄부(嚴父) 노릇을 했다. 군사부일체, 영혼의 아버지라 할까. 1982년 사시 합격 후 그에게 막 출범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연구관으로 갈 것을 권유한 것도 스승이었다.

이때 헌법을 보다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본권의 이론상 쟁점 등을 총정리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논문이 게재되자마자 허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거기 자네 생각이 어디 있나. 학자는 남 이야기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애써 모은 자료 일체를 폐기했고, 이후 학문의 길을 걸어가며 ‘내 목소리 내기’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1993년 대선에 막 승리한 후 조각 작업 중이던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처음으로 정계 입문 권유를 받았다. 스승과 상의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한번 가면 다시는 학문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 마라.” 결국 마음을 접었고, 20여 년 후인 2014년에야 지식과 실천, 지행합일을 세상에 시도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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