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정년 연장 의무화로 향후 3~4년간 청년 고용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27일 ‘청년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이란 긴급 처방을 내놨다. 민·관 합동으로 2017년까지 21만여 개의 일자리 기회를 마련해 청년 고용률을 1.8%포인트가량 높인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규직 일자리는 8만800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채용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인턴이나 직업 훈련 자리라 안정적인 고용 대책으로 역부족이란 지적과 함께 근본적인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대학 구조 개편과 노동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 청년 고용 악화 원인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은 2011년 3.4%에서 올 6월 3.9%로 0.5%포인트 오른 데 그친 반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11년 7.6%에서 올 6월 10.2%로 2.6%포인트나 치솟았다. 6월 현재 청년층 가운데 실업자, 추가 취업희망자, 잠재구직자 등을 모두 더한 ‘청년취업애로계층’은 116만 명에 달한다. 청년 고용절벽이 더 이상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 문제라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청년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청년 고용 문제가 나빠진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와 정치권이 사전에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은 내년, 중소·중견기업은 오는 2017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당장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기업은 고용을 줄이려 하고, 그 결과가 청년고용 대란으로 나타났다.
2 청년 실업, 얼마나 심각한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30일 내놓은 ‘청년 실업 전망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각각 1만6000명과 17만5000명 수준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년은퇴자 규모는 내년 4000명(대기업), 2017년 3만8000명(중소기업)으로 올해의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30만8000명가량인 대학 졸업자는 내년 이후 2020년까지 평균 32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은퇴자 규모가 4분의 1로 급감하는 반면 대학 졸업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년 고용 대란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정년연장 의무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도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청년 고용 대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3 청년고용증대세제는 무엇인가
정부가 청년 고용 증대를 위한 대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직전 연도에 비해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증가한 기업에 1인당 500만 원(대기업은 250만 원) 정도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는 늘리는 대신 전체 근로자 수는 줄이는 ‘꼼수’를 쓰지 못하도록 전년대비 상시근로자 증가 인원 한도 내에서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직전 연도에 비해 늘어난 수만큼 세액공제 혜택을 줄 예정이다. 청년고용증대세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1년에 500만 원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일거리도 없는데 청년 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라며 “경기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고용 대책”이라고 말했다.
4 청년 연령기준 15∼34세로 확대 이유
정부는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의 연령 범위를 15∼29세에서 15∼34세로 넓히기로 했다. 청년층이 처음으로 직업을 갖게 되는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9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기업이 34세인 인력을 채용해도 청년고용과 관련된 각종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5 늘어나는 일자리 규모는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21만여 개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공공 부문 5만3000개 △해외 취업 포함 민간 부문 3만5000개 등 신규 채용이 8만8000개 정도다. 이밖에 △청년 인턴 7만5000개 △직업 훈련 2만 개 △일·학습 병행제 3만 개 등이 있다. 정부는 8만8000개의 신규 채용에 대해서는 정규직 채용이 예상되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훈련이나 인턴십을 통해 확보되는 나머지 12만5000개가 실제 일자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6 교사 채용 얼마나
정부가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부문 중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교육이다. 교원의 명예퇴직 수용을 확대해 2016∼2017년 연간 2000명씩 늘려 총 1만5000명가량의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키로 했다. 또 시간선택제 교사도 2017년까지 500명을 더 채용한다. 동일 학교에 2명 이상 동시 신청할 때만 가능했던 전환요건을 인근지역 학교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완화하고, 심의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통해 어린이집 보조·대체교사도 약 1만3000명 추가된다. 보육·유치원교사 채용 지원도 늘린다. 특히 보육 보조·대체교사를 확대한다. 현행 5일인 대체교사 파견기간을 1∼5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경우 필요인력이 1000명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7 청년 인턴제와 직업 훈련제
정부는 강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청년 인턴제 대상을 넓혀 2017년까지 7만5000명을 확충할 방침이다.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매끄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정규직 전환지원금도 늘려주기로 했다. 현재는 정규직 전환 6개월 후 매달 65만 원씩 총 390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3개월 인턴기간 후 정규직으로 전환 시 해당 기업에 1년간 인당 72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직업 훈련 대상자도 2만 명 늘린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이 취업준비생을 뽑아 6개월 이상 교육하는 직업훈련학교가 생긴다. 훈련시킨 취업준비생을 계열사를 통해 직접 채용하거나, 협력업체 혹은 중소·벤처업체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한다는 방침이다. SK가 가장 먼저 나서는데 ‘고용디딤돌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년부터 2년간 4000명의 취업준비생이 SK의 지원을 받아 총 6개월의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이 끝나면 협력업체나 관련 중소·벤처기업 등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 기업에 3년 이상 근무한 경우 SK 채용 시 우대 혜택을 줄 방침이다.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대학과 계약을 맺어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도 늘리기로 했다.
8 시간선택제 공무원 추가 채용
제도 개선을 통해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신규 채용 규모도 늘린다. 올해 1705명, 2016년 1275명, 2017년 1572명 등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500명가량을 더 뽑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15∼25시간으로 돼 있는 근로시간 단축선택 범위를 15∼35시간으로 넓히기로 했다. 또 채용 시 대체인력뱅크를 활용해 서류전형 절차 등을 생략하고 채용하는 부처에서 면접을 시행토록 했다. 육아휴직 등 장기휴직에 따른 결원이 발생할 경우 별도정원을 활용하거나 대체인력을 채용토록 독려하기로 했다.
9 해외 취업 문 넓어질까
정부는 지난해 5000명 수준에 머물던 청년 해외 취업 규모를 2017년까지 연간 1만 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인수요 발굴부터 사후관리까지 취업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오는 8월부터 관련부처가 ‘해외 청년일자리 협의체’를 운영, 현지에서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창구인 ‘K-Move 센터’ 5곳을 추가로 설치하고 해외 취업 알선 대상을 연간 15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청년고용플러스센터’를 중심으로 대학생 해외취업 지원을 강화해 민간에서 알선하는 해외취업자도 연간 3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인력의 해외진출도 확대한다. 선진국, 중동, 중남미 등 총 15개 국가별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자격, 비자 등 진출장벽을 완화해 2년 뒤 연간 2000명을 해외로 내보낼 방침이다.
10 임금피크제 도입 따른 신규 채용 규모
공공기관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절약한 재원을 활용해 2년간 공기업·준정부기관 6700명, 기타공공기관 1300명 등 청년고용 8000명가량을 확충한다.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에 적용되는 의무적 청년고용 비율(3%) 조항의 일몰 기한을 2016년 말에서 2018년 말로 연장키로 했다. 또 인문계 연구기관 시간선택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공기관 시간선택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청년 정규직을 신규채용한 기업에 1인당 연간 1080만 원을 2년 동안 지원하는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채용이 3만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