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부모의 과도한 예단비 요구 때문에 파토낸 결혼.
첫째 인용문의 ‘파토난’은 ‘파투 난’으로, 둘째 인용문의 ‘파토낸’은 ‘파투 낸’으로 써야 합니다. 파투(破鬪)는 화투(花鬪) 놀이에서, 잘못되어 판이 무효가 됨, 또는 그렇게 되게 함을 이르는데요. 장수가 부족하거나 순서가 뒤바뀔 경우에 일어나지요. 일이 잘못돼 흐지부지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동사 ‘파투하다’보다는 파투가 나다, 파투를 내다, 파투를 놓다 등으로 더 많이 활용됩니다.
실제 말글살이에서는 본래의 뜻보다는 비유적인 의미로 주로 쓰이고 그 내용 또한 판이 깨지다, 일을 엎어버리다 정도로 강도가 세졌어요. 언중의 사용 빈도나 의도에 따라 뜻이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기사를 검색해 보면 표준어인 파투보다 파토가 훨씬 많이 쓰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파투는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여서 파토가 복수표준어가 되거나, 파투를 밀어내고 표준어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물론 그런 예가 없지는 않아요. 호두는 ‘호도(胡桃)’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자어를 밀어내고 순우리말로서 표준어 자리를 차지했지요.
살다 보면 주체적으로 판을 벌이기도 하고, 남이 벌인 판에 낄 수도 있는데요. 모든 판의 공통점은 ‘혼자서 꾸려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판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생긴 불협화음의 결과로 파투가 일어난다는 거지요. 세상살이에 익숙해지고 지혜로워진다는 건 파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걸 뜻할 겁니다. 파투가 화투 놀이에서만 일어난다면 신문 보기도 좀 수월해지겠지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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