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눈이 부시구나.”
눈을 좁혀 뜬 서동수가 다가가 한수정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한수정이 놀란 듯 잠깐 몸을 굳혔다가 곧 짧게 웃었다.
“오빠, 달라졌어.”
“그래, 신의주 때와는 달라졌지.”
한수정의 허리를 당겨 안은 서동수가 입을 맞췄다. 한수정이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아 안더니 혀를 내밀어 준다. 짙게 루주를 칠한 입술에서 박하 맛이 났다. 시베리아, 한랜드의 한시티, 둘은 지금 부산호텔 양식당 방 안에 들어와 있다. 오후 6시 반, 창 밖으로 눈 덮인 한랜드가 보인다. 이윽고 몸을 뗀 둘이 자리에 앉았을 때 한수정이 상기된 얼굴로 웃었다.
“아유, 오빠. 못 말린다니까.”
“널 보면 성욕이 불끈 일어나.”
“정말 달라졌어. 오빠는.”
한수정은 이제 경성건설을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20위권 건설회사로 성장시켰다. 신의주에서 적극적으로 오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랜드에서도 선발 주자로 진출해서 맹렬하게 활동 중이다.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나갔을 때 한수정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오빠한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연락도 안 했는데 오늘은 웬일이야?”
“네가 고마워서.”
“뭐가?”
“한시티에 경성호텔을 세우기로 한 것.”
그때 한수정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경성건설은 한시티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경성호텔과 카지노, 레저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것이 지난달이다. 한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나도 사업가야. 가능성이 없으면 안 해.”
“그렇겠지.”
“한랜드는 한민족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세계 인류의 미래라고.”
“옳지.”
“새로운 땅에서 새 역사가 기록되는 거지. 이곳에 모여드는 모든 군상은 제각기 꿈이 있다고. 도둑놈들도 말이야.”
“도둑놈…….”
“여긴 전 세계에서 온갖 범죄자들이 다 몰려 와. 오빠도 알지?”
“그럼.”
“그것이 기회의 땅이라는 증거라고. 깨끗한 도시는 발전이 없고 시들어. 거긴 노인들의 도시야.”
“너, 섹시하다.”
“오빠는 그것을 알고 판을 벌여 놓은 것이고, 난 기꺼이 동참한 거지.”
“너, 몸에 기름 뿌리고 해봤어?”
“그래서…….”
말을 이으려던 한수정이 서동수의 물음에 다음 말을 잊어버린 것 같다.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기름이라니?”
“식용유 같은 건데 몸에 바르는 거야. 거기에다도 넣을 수 있어.”
“…….”
“넣어 봤는데 달콤해. 끈적거리지도 않고. 그걸 바르고 빨아 먹는 거야.”
그때 긴 숨을 뱉은 한수정이 서동수를 보았다.
“오빠, 요즘 외롭지?”
“뭐가?”
“기름만 먹고 살기가.”
그때 종업원이 요리를 들고 왔으므로 둘은 자리를 고쳐 앉았다. 바이칼호에서 잡힌 생선 절임과 송어, 캐비아도 놓였다. 종업원이 나가자 서동수가 나이프를 들면서 말했다.
“배부르면 게을러져. 그게 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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