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협상 결렬을 선언한 한국노총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일반해고 관련 지침의 두 가지 의제를 정부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다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회적 대화의 복원 장소도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국회의 포괄적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노사정위원회로 복귀를 명확히 했다. 이런 노동계의 움직임은 우리의 노사관계가 8월을 기점으로 협상과 대립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전략적 측면에서 한국노총의 길거리 농성은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전략과 유사하다. 치프라스는 협상파로서 강경파인 시리자의 반대에 입지가 흔들렸지만, 국민투표라는 탈출구를 통해 독일 등 유럽연합(EU) 강대국에 맞서 당당하게 싸웠다는 카타르시스를 국민에게 주었으며, 이후 정국은 협상파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 아마도 현재와 같은 노동계 협상파의 텐트 농성이 없었다면 이미 강경파에 의해 주도권이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이제 사회적 대화 재개를 위해 노사정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먼저, 정부의 경우 8월 시한을 넘겨 9월이 되면 국회 일정을 넘어 바로 총선 모드로 가게 된다. 강경파의 경우 총선까지 노사관계를 경색시켜 정치적 ‘올 더 웨이(all the way)’ 하는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 단위 노사 문제가 조합원의 고용 불안정 등 안위를 위협하는 현실에서 언제까지 길거리 농성과 광장의 목소리, 정치적 전략 전술로 문제 해결을 하겠는가. 왜 농성을 시작했고, 왜 농성을 멈추기가 이토록 어려운지 대다수 국민은 잘 모른다. 이보다는 농성을 풀고 사회적 대화에 의연히 참가하는 통 큰 결단에 큰 격려의 박수를 국민은 쳐 줄 것이다.
경영계의 경우도 한가하지 않다. 최근 청년실업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은 누적 적자가 쌓이고 한국 경제와 커플링이 된 중국 주가는 폭락하는 등 현 상황이 심상찮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통상임금, 근로시간, 60세 정년의 노동 현안이 기업을 더욱 옥죄는 현실이다.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의 복귀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양대 과제는 공익위원을 주축으로 하는 학계에 넘겨 오는 연말까지 재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임금·고용·근로시간의 삼각 축에서 한계적 효과를 가져올 개인적 성과에 의한 퇴출 유연성보다는 집단적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주는 것으로 전환하고, 사내하도급 감축과 파견업종 확대, 사용자의 비용 분담을 전제로 한 레이오프(lay-off)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제도의 경우에도 현행 법의 불이익 변경 조건인 ‘근로자 과반’을 ‘근로자 과반을 대표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해석하는 등 절충적인 방안을 두고 출발점부터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8월까지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지 않으면 갈등은 내년 총선까지 갈 수 있다. 노사정 모두 사회적 대화에 다시 참여해 뭔가를 얻지 못하면, 대화 복원자는 파국으로 간다는 두려움에 싸일 수 있다. 이럴수록 사즉생(死卽生)의 배수진으로 임하는 사회적 대화는 반드시 결실을 볼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위기를 노사정이 똘똘 뭉쳐 국민 앞에 대승적인 타협을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노사정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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