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중국이 9월 초 톈안먼(天安門) 광장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군을 초청했다. 참석할 이유야 많지만, 부담이 크다. 실은 명분부터 약하다. 우리와 항일 운동을 함께한 것은 주로 국부군이고, 중공군은 6·25 때 불법적으로 압록강을 넘어 수많은 우리 국민과 국군을 살상하고 자유통일을 좌절시킨 ‘침략군’이었다. 중국은 그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없고 몇 년 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오히려 ‘정의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열병식에 6·25 남침 시 북한 주 전력(戰力)의 모체였던 동북항일연군의 행진도 재현한다고 한다. 우리 군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통령이 박수를 친다? 침략을 사면(赦免)하겠다면 모르지만 같이 피 흘린 동맹군에 미안하고 호국영령에게 죄스러울 일이다.

더욱이 중국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국의 핵을 경계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한다. 또 북한 핵을 방어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고, 베이징(北京)대 왕융(王勇) 교수는 한국이 중국의 ‘안전 공간’이라고 그 복심을 드러냈다. 중국이 여전히 조·중 동맹 위에 서 있다는 증거다. 이는 천안함 폭침 때 서해가 중국의 내해라던 것보다 더 ‘중국의 야심’을 의심스럽게 한다. 오늘의 한·중 관계가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동안 경제협력과 자유통일을 내다보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나치게 중국의 무례와 무리를 감내해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중국이 희망한다고 계속 명분도 없이 따르면 한·중 관계는 더욱 왜곡되고 다음은 ‘중국의 야심’이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더 큰 부담도 있다. 지난 4월 미·일은 ‘신방위협력지침’을 합의하고, 5월 중·러는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를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냉전시대의 동북아 남북 3각 동맹체제가 재현되어 대립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가 시 주석이 ‘중국의 꿈(中國夢)’을 내세워 패권을 확대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는 한국의 중국 편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무산된 한·미 정상회담도 이에 조바심을 느낀 미국 측의 제의였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로 우리가 뒤로 미루었지만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보다 우리가 더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북한 핵 폐기’와 ‘자유통일’만도 마음이 바쁘지만, 지난 5월 북한 미사일 수중사출실험은 한·미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든가 하는 등, 북한 핵에 대비한 우리의 전략태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중대한 도발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 우리 대통령이 시진핑부터 만나고 그의 열병식에 들러리까지 서준다? 오늘의 특수한 전략환경하에서 너무 큰 모험이다.

그럼에도 모처럼 미소로 다가오는 시 주석을 딱 잘라 거절하기는 좀 아쉽다. 혹시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자면 우리 국민과 동맹국이 공감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중국에 사드 배치는 물론,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만든다면 우리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하고 ‘북한 핵 폐기’의 길을 제대로 열어 보라. 누가 공감하지 않겠는가? 또 시진핑의 미소가 진지하다면 그것이 왜 어렵겠는가? 만약 그럴 의지와 지혜가 없다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야 성공한 ‘중국의 꿈’으로 환호하겠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자칫 치명적 실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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