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배구조 선진화 시급

롯데그룹의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해소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낙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 롯데그룹 측도 순환출자 구조 해소 시기를 전혀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2%대 지분으로 자산 규모 90조 원대의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데 활용돼 온 후진적인 순환출자 구조를 시급히 해소하고 재계 서열 5위 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재계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작업은 최근 1년 동안 정체된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2013년 9만5033개에서 지난해 417개로 크게 줄었으나 올 들어서는 고작 1개 줄어든 416개에 멈춰 서 있다. 이는 61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전체 순환출자 고리 중 90.6%에 해당한다.

이는 엄청난 비용이 따르기 때문으로, 지금처럼 반도체 회로를 연상케 하는 ‘거미줄’ 순환출자 구조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한 채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중 출자 비율이 1%가 넘는 경우는 299개에 이른다. 이 수치는 정부가 2013년부터 집계한 이래로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공정위는 롯데그룹 측에 순환출자 해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했으나 롯데그룹 측은 경영권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상호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당장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인 상태이고, 이제 남은 것은 덩치가 큰 것들”이라며 “앞으로도 자본을 마련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으나 현재로선 이에 필요한 시간이나 자금 규모를 추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재계는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조 원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가 이처럼 단기간에 좀처럼 풀 수 없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게 된 것은 보유 지분이 그룹 전체 자본금의 2.36%에 불과한 총수 일가가 한때 10만 개에 육박한 순환출자 고리를 무차별적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수십 년에 걸쳐 사업을 확장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총수 일가가 보유 지분이 많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10여 개 핵심 계열사를 축으로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 고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그룹사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해 왔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낳은 이유 중 하나로 미로와 같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꼽을 수 있다”며 “지분 구조를 나눠 정리하기 어렵다 보니 그룹 전체의 주도권을 놓고 ‘정면대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관범·임대환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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