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을 다니다 보면 ‘산소방’이라는 간판을 간혹 볼 수 있다. 이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야기한다. “누가 돈 내고 산소를 마시느냐”고. 하지만 시계를 20년 전 정도로 돌려보자. 그때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누가 물을 돈 내고 사서 마시느냐”고. 자연이 주는 것은 모두 공짜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 3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자연보호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마크 터섹(사진)이 ‘자연 자본’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를 쓴 이유다.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가 국제자연보호협회와 손잡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지만, 되짚어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콜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물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콜라 제조사인 코카콜라 펨사를 운영하는 카를로스 살라자르는 2011년 환경 과학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저자는 살라자르의 숱한 질문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한다. “자연 보호에 1달러를 쓸 때마다 저는 얼마나 많은 물을 얻게 됩니까?” 그동안 기업들은 자연에 많은 것을 얻으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자연에 준 것은 ‘훼손’뿐이다. 훼손된 자연은 더 이상 건강하고 효율적인 자원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 결과 기업이 도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투자를 목적으로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자체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은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은 꽤 견고하게 뿌리박혀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레고는 지난 반세기 동안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던 세계적 정유회사 로열 더치 셀과 제휴 관계를 종료하고 석유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소재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투자는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지만, 이런 선언 자체가 기업의 이미지를 고양시켰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 기반이 됐다.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이 손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책의 부제가 ‘자연과 자본, 그리고 환경 운동의 새로운 연대’인 이유다.
혹자는 환경 운동가인 마크 터섹이 기업 생리와 경제 활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금융 자본가에서 환경 운동가로 전향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인 골드만 삭스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전형적인 도시인이자 자본주의자다. 그는 단순히 환경의 소중함에 눈뜬 것이 아니다. 환경 보호가 더 큰 경제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미래 가치에 눈뜬 것이다. 바로 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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