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낙하산의 대명사’처럼 된 기관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공개혁 등의 절박성을 호소할 때 관광공사 신임 사장에 황당한 ‘낙하산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공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기득권 양보와 희생이 불가피한데, 정치권력과의 인연을 제외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낙하산 인사가 횡행한다면 어떤 공직자가 흔쾌히 개혁에 동참하려 하겠는가.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공사 사장에 정창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내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관광공사 사장은 문체부가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다. 메르스 사태로 관광업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임에도 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변추석 전 사장이 돌연 사퇴한 이후 4개월간 공석이었다. 변 전 사장도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 출신이었다. 관광 진흥에 앞장설 공기업 사장이 4개월이나 비어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후임자로 내정된 인물의 전력을 보면 더욱 어이없다. 정 전 사장은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강원미래특별본부장을 맡았고, 2013년 6월 낙하산 논란 속에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기용됐다. 그리고 취임 8개월 만에 사퇴해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 전 사장에게 지급된 임금은 기본급 1억2076만 원과 경영평가 성과급 1억8779만 원 등 총 3억855만 원이다. 경영성과는 대부분 전임 이채욱 전 사장 시절 업무의 결과다. 청와대는 다시 정 전 사장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으나 안팎의 비판에 철회한 바도 있다.

박 대통령은 “방만한 경영과 낮은 생산성으로 비효율을 초래해 왔다”며 공공개혁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관광공사 감사에 자니 윤 씨를 기용할 때에도 낙하산 소동이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여러 차례 낙하산 물의를 빚은 인사를 또 기용하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공공개혁 의지를 스스로 희화화(희畵化)하는 것과 다름없다. 관광공사가 이런 식의 ‘무더기 낙하산’으로도 상관없이 돌아가는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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