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1명 잇단 검거 성과
泰·필리핀으로 발빠르게 이동

檢로고 붙인 출석통지서 보내
문의전화 유도 돈 인출 요구
범행 수법 갈수록 교묘해져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본부 역할을 하는 중국 내 ‘콜센터’들이 최근 동남아 국가들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중국 공안과 공조해 중국 내 콜센터를 연달아 적발하자 발 빠르게 동남아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해외 콜센터를 적발해 ‘총책’을 검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국가의 수사 협조가 필수적이어서 한계가 있는 데다, 갈수록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어 ‘그놈 목소리’를 완벽하게 근절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보이스피싱 ‘콜센터’, 탈중국 러시 =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중국 공안당국을 방문, 중국을 근거지로 한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뿌리 뽑는 데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합의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보이스피싱을 통해 400여 명으로부터 21억 원가량을 챙긴 혐의로 총책 이모(31) 씨 등 중국 광저우(廣州)와 칭다오(靑島)에 있는 보이스피싱 2개 조직 41명을 검거했다. 한국 내에서 단순 인출책이나 송금책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은 많았지만, 중국에 숨어 있던 총책이 검거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한국 경찰의 단속망이 중국 현지까지 바짝 조여 오자 발 빠르게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로 본부를 옮기고 있다. 특히 태국은 무비자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고급 숙박시설에서 발달한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조직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청은 최근 태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60여 명에게서 총 8억 원가량을 뜯어낸 혐의로 선모(33) 씨 등 7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성공할까 = 경찰의 지속적인 해외 콜센터 단속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동남아 각국 수사당국과 빠르게 공조해 범죄 조직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외 콜센터 단속을 적극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로부터 지시를 받는 국내 ‘인출책’을 완전히 뿌리 뽑아 해외 총책의 손발을 묶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비웃듯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 춘천시에 사는 퇴직 교사 최모(여·54) 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온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검찰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사건을 내사 중인데, 최 씨의 혐의가 포착됐으니 서울중앙지검 사이버수사팀으로 출석하라는 통지서였다. 특히 통지서 앞면에는 검찰 로고가 박혀 있었고, 뒷면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직후보자 국민추천제’ 홍보 캠페인까지 새겨넣어 정부 공식 우편물인 것처럼 꾸몄다. 통지서에는 출석 전 반드시 명시된 안내 전화번호로 전화하라고 돼 있었다.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이○○ 수사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 집에 보관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석 요구서 내용이 정교해 일반인들이 쉽게 속을 수 있도록 했다”며 “300만 원 이상 계좌 이체 때 10분 뒤 출금할 수 있도록 한 ‘지연인출제도’ 도입 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계좌 이체보다 직접 현금을 가져가는 범행이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손기은·박효목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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