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아직 개업을 하지 않은 룸살롱 ‘실크로드’의 컨테이너 방 안에서 김광도와 로스토프가 나란히 앉아 장현주가 데려온 북한 아가씨 면접을 보았다. 6시 반부터 시작된 면접은 8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는데 무려 30여 명이나 지원했기 때문이다. 모두 돌아간 후에 서류를 정리하면서 로스토프가 웃었다.

“미스 한랜드 심사를 한 것 같군.”

방 안에는 백진철과 장현주까지 넷이 남아 있었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로스토프가 데려온다던 러시아 미녀는 없던 일이 되었는데 소개업자가 다른 러시아 가게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최은영과도 그렇게 헤어진 터라 오늘 면접을 본 북한 아가씨 중에서 15명을 뽑아야 한다. 그때 장현주가 김광도에게 물었다.

“좀 수준이 낮지요?”

머리를 든 김광도가 장현주를 보았다.

“좀 그렇구먼요.”

“한국 아가씨하고는 비교가 안 되겠지요.”

넷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로스토프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눈만 껌벅였고 백진철은 서류만 고르고 있다. 과연 그렇다. 아가씨들은 평범했다. 아니, 아가씨라고 부르기 민망한 30대, 40대 여자도 있었다.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는 여자들이죠.”

백진철은 시선을 더 내렸고 김광도는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할 거예요. 그리고 가격은 절반으로 깎으셔도 돼요.”

김광도의 눈이 깜박였고 백진철은 머리를 들었다.

“합의했습니까?”

김광도가 묻자 장현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 계약서에 그렇게 쓰셔도 됩니다. 러시아 가게 기준으로 50퍼센트 받겠습니다.”

“해볼 만하네요.”

마침내 김광도가 말했다. 로스토프의 외상 거래도 막혀있는 상황이라 자금이 부족했던 것이다.

“자, 그럼 15명, 아니, 20명만 골라봅시다.”

서류를 펴면서 김광도가 말했고 백진철은 로스토프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백진철의 러시아어는 김광도의 영어만큼은 된다.

“브라보!”

설명을 들은 로스토프가 김광도를 위해 그렇게 소리쳤다. 36명 중 20명을 고르게 되었으니 절반 이상이 합격이다. 그날 밤, 선별 작업을 마친 넷이 컨테이너 안에서 보드카와 소시지를 놓고 파티를 했다. 술잔이 서너 번씩 비었을 때 로스토프가 영어로 장현주에게 말했다.

“마담, 밀입국자 신분으로는 마담 노릇 하기가 불안한데, 관리들도 상대해야 하니까 말이야.”

김광도와 백진철의 시선이 옮아왔고 장현주는 웃음만 띠었다.

“내 생각인데 사장하고 결혼 신고를 하는 것이 어때? 그럼 신고와 동시에 한랜드 시민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까지는…….”

당황한 장현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술잔을 내려놓은 장현주가 로스토프를 보았다.

“신경 써줘서 고맙지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글쎄, ‘실크로드’를 위해서 그런다니까.”

이맛살을 찌푸린 로스토프가 장현주와 김광도 자리를 번갈아 보았다.

“누가 같이 잠자래? 서류만 그렇게 만들라는 것이지. 사장도 생각해봐. 그 여자한테 당한 것도 옆에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만.”

손을 펴서 말을 막은 김광도가 웃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여자가 없어서 그랬다니.”

그때 장현주가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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