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70년을 맞이하는 8월 15일, 또 하나의 얼굴인 분단 70년의 질곡이 해결되지 않는 최대 이유는 북한 핵 문제 때문이다. 거꾸로 분단 70년의 극복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불행히도 북핵 문제는 꽉 막혀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과거보다 악화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진정한 의미의 광복을 이루기 위해 최우선 과제로 정부가 어느 지점에서부터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수명이 다한 기존 북핵 틀을 벗어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어 미·중·일·러 간 복잡하게 얽힌 국익 충돌을 비롯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위기의 한·미 동맹을 안정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한·중·일 간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을 짚어보고 심층 기획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북핵 6자회담이 긴 동면에 빠져 있다. 거의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오는 27일 출범 12년을 맞지만, 2008년을 마지막으로 10일 현재까지 절반이 넘는 7년간 후속 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는 기형적 회의체로 전락했다. 북한이 핵 포기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오히려 핵보유국을 주장하면서 협상 복귀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나머지 5개국인 한·미·중·일·러 등도 현상 유지에 급급하면서 북핵 협상이 장기간 공전하는 침체 국면에 빠져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부터 황준국 6자회담 수석대표까지 당사국 관료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아무런 성과는 없다. 이란·쿠바에 전향적으로 돌아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북한에 대해서만은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했던 중국도 북한과 냉각기다. 반면 북한의 핵 개발 시계는 점차 빨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북한이 ‘현상 변경’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북핵 협상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6자회담이 북한의 선전장이 되는 정치회담이 됐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의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버티기’에 속수무책인 6자회담 = 6자회담 무용론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6자회담의 최대 성과물인 9·19 합의의 목표였던 북핵 동결·폐기는 결국 하나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결 측면에서도 이제 6자회담은 효용성이 없고, 수명을 다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북한이 핵 실험을 3차례나 한 상황에서 핵을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6자회담의 목적은 이미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도 평가가 비슷하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자회담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보다 오히려 미국”이라면서 “미국은 협상을 통한 비핵화 노력이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도와주는 꼴이 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2·29 북·미 합의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에 휩싸였다. 동력을 잃게 된 주 이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해결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며, 임기 내에 추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핵보유국 지위 주장에 대해서도 6자회담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를 비롯한 5자는 10월 예상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저지할 수단도 마땅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5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미·중 대결구도를 감안하면 내부적으로는 ‘동상이몽’이다. 실제 5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절대로 핵 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뿐이다.
◇한국 외교 숙제는 현상 유지 아닌 현상 변경=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이다. 한·미가 양자·다자회의 계기마다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지만, 북한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6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과 같은 다자회의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압력도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금 한국 외교는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는 ‘소극적 방지 외교’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북핵 폐기’라는 진정한 목표를 해결하는 작업은 등한시하고 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구체화는 요원하고, 윤 장관이 북핵 해결을 위한 구상으로 내걸었던 ‘코리안 포뮬러’ 역시 언제부턴가 국제 무대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핵 협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넘어서고,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를 끌어내는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한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태익 한국외교협회장은 “외교부가 독자적으로 큰 틀에서 사고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원장은 “한국이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병광 실장은 “전략이 없다는 것이 우리 외교에 대한 가장 큰 비판으로, 우리가 이제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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