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절한 심경을 담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그의 품에 안긴 영화 ‘밀양’을 시작으로 누명을 뒤집어쓰고 먼 타향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집으로 가는 길’, 수배된 연인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화류계 여성으로 분한 ‘무뢰한’에 이르기까지 전도연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도 예외는 아니다. 극 중 앞을 보지 못하는 무림의 고수 월소 역을 맡아 고난도 액션뿐만 아니라 맹인 연기까지 섭렵했다. 남자주인공 유백(이병헌 분)과의 처절한 멜로도 감정의 진폭이 크다.
“제게는 유독 쉽고 편한 작품이 안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제가 쉬운 작품에는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왜’라는 의문이 생겨야 관심이 가는데, 그렇게 출연을 결심한 작품들이 대부분 어려웠어요. 결국은 제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전도연은 엄하기로 소문난 무술감독 아래서 꼬박 3개월간 검술을 익혔다. 그가 검을 들고 자객 50명과 겨루는 장면은 ‘협녀’의 백미다. 몸을 쓰는 연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도연은 시나리오도 읽기 전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인어공주’로 호흡을 맞췄던 박흥식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박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무협 영화로서 ‘협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끌린 거죠. 액션 외에 (이)병헌 오빠와 보여주는 멜로도 좋았고요. 액션과 맹인 연기는 아쉬운 점이 많아요. 액션은 몸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3개월간의 운동으로 극복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죠. 월소는 희로애락이 거세된 인물이라 연기할 때 제약이 많았어요. 큰 화면으로 보니 연기하며 놓친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전도연은 ‘협녀’에서 이병헌이라는 베테랑 배우, 김고은이라는 떠오르는 신예 사이에서 줄다리기했다. 두 배우를 오가며 완급을 조절하고 ‘협녀’의 중심을 잡는 것도 전도연의 몫이었다. 이렇게 반죽된 세 사람의 연기 합을 보는 것이 ‘협녀’의 관전포인트다.
“병헌 오빠와는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촬영했어요. 격하고 힘든 감정 장면을 한번 더 찍고 싶으면 ‘미안한데, 도연아’라고 양해를 구했죠. 반면 (김)고은이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감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특히 둘이 액션 연기를 할 때는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주어진 합을 잘 맞추려 노력했죠.”
전도연은 흥행에 대한 은근한 갈증도 드러냈다. 그의 출연작이 작품성과 연기력은 매번 인정받는 반면 흥행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현실과 쉽사리 타협하지 않으려는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흥행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너무 무거운 작품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해요. 흥행 감독님들한테 시나리오도 달라고 하는데 ‘함께 하고 싶다’고만 하고 정작 출연제안은 안 하세요. 제가 부담스러운 배우인가 봐요.(웃음) 하지만 재미를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감정을 관객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거죠. 흥행은 제 욕심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저는 배우로서 항상 제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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