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균,“Tracing Drawing 133”(부분), 도자 위에 연필 드로잉, 2013
주세균,“Tracing Drawing 133”(부분), 도자 위에 연필 드로잉, 2013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들린다. 하얀 도자 위에 연필이 미끄러지며 스쳐 간다. 연꽃 봉오리를 보듬어주고 있는 아이가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벽에 기댄 듯하다.

어디서 본 듯한 이 아이의 모습을 통해 고려시대의 국보 ‘청화진사연화표형주자’가 다시 태어났다.

이 작품은 도예가 주세균(1980년생)이 우리 전통 도자기를 재현하여, 그 위에 연필로 문양을 그려낸 것이다.

자기 위에, 상감과 유약을 쓰지 않고, 그 대신 섬세한 연필 드로잉으로 문양을 그려간다. 연필 선이 수없이 교차하며 만들어가는 음영은 겹쳐지는 노력만이 아름다움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요즘 세상에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곱게 겹쳐지는 연필 선은 꾸준함의 미학을 일깨운다.

바쁘게 기계화된 세상이어서 그런지 수없는 손길에 의해 깨달음으로 이끌어준 작품이 더욱 소중하다.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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