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안에 31조원 발행할 수도
국방비 등 재정지출 더 커져
재정적자 1300억달러 추정
UAE·카타르 등 잇따라 영향
국제유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감산 불가’를 외쳤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도박이 결국 실패로 끝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지난 7월 지방은행을 통해 150억 리얄 규모의 국채를 매각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0일 또다시 국채 매각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압박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사우디의 국채 발행은 지난 2007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일 사우디는 5년 만기, 7년 만기, 10년 만기 국채 매각으로 150억∼200억 리얄(약 4조6820억∼약 6조2426억 원)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발행한 국채는 대부분 준정부 펀드에 매각됐지만, 10일 발생한 국채에는 상업은행도 응찰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은행 관계자들은 약 2주 전 사우디 중앙은행 격인 통화청(SAMA)으로부터 국채 발행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 사우디 정부는 매달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사우디가 연말까지 약 270억 달러(31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우디 경제에 이처럼 빨간불이 켜진 것은 재정수입의 약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면서도,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유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려 공급과잉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국제사회의 핵 합의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컴백하고, 미국이 40여 년 동안 유지해온 원유수출금지조치를 해제하면 유가는 더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의 씀씀이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사태가 사우디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민경제 부양용으로 약 1300억 달러를 뿌렸던 왕실은 지난 2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즉위를 명분으로 군인과 공무원의 연봉을 인상했다. 게다가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공습에 참여하면서 국방 예산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서 올해 17%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도이치뱅크 등에 따르면 사우디가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3.5∼97.5달러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유가는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44.96달러(9월 인도분)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우디의 올해 재정적자는 13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정부는 적자의 최대 40%를 국채 발행으로 메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2015년 상반기에만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이 약 598억 달러 감소했다고 전했다. 아직도 6645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자금압박을 겪지는 않겠지만,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어들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하락은 사우디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산유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IMF는 UAE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전년 대비 1%포인트 낮은 3.5%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4월에 또다시 0.35%포인트 낮은 3.15%로 내리며 6개월 사이 두 번이나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년간 부도 위험이 392%나 증가하는 등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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