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존도 89.1%→90.1%
북한 핵문제 해결이 번번이 벽에 부닥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이중성에 있다. 북핵 폐기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로 희석시켜 북한을 두둔하고, 북한을 욕하면서도 북한이 망할 정도로 제재하는 데는 내심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지원은 북핵 해결의 우회로로 평가되는 북한체제 변화(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과거 북한의 체제 안정만 이야기하던 것에 비해 최근 북핵 문제도 거론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해 ‘결정적인 수’는 쓰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원장은 “북한을 전면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지만 북한을 결정적으로 옥죄지도 않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말로 상황을 요약했다.
실제 중국과 북한은 지금도 많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최근의 정치적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제협력 규모를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북한의 2014년 대중 무역 규모는 68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대중 무역 의존도는 2013년 89.1%에서 2014년 90.1%로 상승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 들어와 북·중 관계가 정치적으로 악화했음에도 경제 관계는 현상유지”라며 “정경 분리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중국이라는 ‘루프 홀(구멍)’로 인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북한의 최근 도발 행보에 내심 불쾌해하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지원을 통해 경제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핵 위기 및 북한의 체제 불안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당사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악화할 경우 북한과 군사동맹관계에 있는 중국이 한반도 무력분쟁에 개입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경쟁 구도와 복잡하게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중국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에서 북한을 완충지대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입지를 넓힘으로써 미국에도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다.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중국은 북핵 문제를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고 자신들의 몸값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북핵 문제를 이용할 여지가 큰 만큼 우리 생각처럼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높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계산법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다른 동북아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7월부터 정치적으로도 북·중 관계를 조금씩이나마 개선하려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시 국가주석은 북·중 경협과 관계가 깊은 동북 3성 지역을 이례적으로 연이어 방문했고, 비슷한 시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 연설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두 차례 경의를 나타냈다. 이 같은 기류에는 북·중 고위급 교류가 1년 반이 넘도록 중단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양국 지도부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깊숙이 자리 잡은 중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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