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중국 편 안 들어줘
中대신 러시아와 관계강화
양국 관계복원 물밑 시도
아직 구체적 움직임 없어
北·中 화해가 해결에 도움
中 나서게 외교전략 짜야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건으로는 북한과 미국 간 대립 해소와 함께 중국의 지렛대 역할론이 빠짐없이 꼽힌다. 해결이 안 되는 최대 이유는 역시 해소될 기미가 없는 북·미 대립이지만,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11일 현재까지 중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혈맹으로 불리던 북·중 관계는 최근 1년 넘게 악화 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몇몇 화해를 모색할 만한 자리가 있었지만, 양측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중재자 중국이 사라진 상황에서 당분간 북핵 교착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오는 9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설적이게도 북·중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건을 마련하는 숙제를 함께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핵 해결의 지렛대 상실 = 남북관계만큼이나 북·중 관계도 악화했다. 지난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강행과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김정은이 평양 주재 중국 대사를 만나지 않고 노골적으로 홀대하는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중국 대신 러시아 등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 체제,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북·중 관계가 상당히 악화했다”면서 “양국 다 정치적 관계를 복원하려 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중 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 일행은 ARF의 최대 현안이자 중국 편을 들어 관계를 회복할 계기였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북·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ARF에서 리수용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양자회담을 했고, 중국 외교부가 양국 간 회담 사실을 공개했다.
최근 달라진 상황은 중국의 중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한 후 감축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고, 한국과 미국은 우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입장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중재안 자체를 만들기도 어려운 데다 만들어도 먹혀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쉽게 설득할 수 있는 기제 자체가 약화되면서 중국의 중재 의지가 낮아지고 있던 터다. 게다가 북·중 간 교류와 협력을 이끌었던 최고위급 대화 채널들도 사라졌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북·중 관계가 좋아야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북한이 중국을 신뢰해 북핵 협의가 진전될 수 있는데, 지금같이 북·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중재자 역할에 대한 중국의 의지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중 관계 개선 가능성 여전히 요원 = 지난 7월 김정은이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내고, 시 주석은 북한과 접경한 동북 3성을 방문하면서 양국이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 등에서 시 주석과 김정은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많은 나라 대표가 참여하는 전승절에 참석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이후 중국을 따로 방문해 양자회담을 벌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 역시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박 실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발언하는 등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왔던 것처럼 중국에 단독으로 가려면 김정은이 중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김정은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박 실장은 “중국 역시 이런 김정은을 받아주고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가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역할 회복할 계기 함께 찾아야 = 우회로 측면에서도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미·중이 북핵에 대해 상당히 복잡한 시각을 갖고 있음에도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불가와 핵 폐기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이 공통의 끈을 유지하며 다양한 전략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는 것이 중국에 달렸다는 시각이 많다. 양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불신이 강해 핵실험을 중단하고 영변 핵시설 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선제조치를 요구하는데, 북한이 이를 그냥 들어줄 리가 없다”면서 “북·중 관계가 좋아지면, 남북·북미 대화의 중재자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정태익 한국외교협회장도 “중국은 북한이 존속하면서 핵을 버리는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핵이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는 것을 중국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입장을 반영해 정부가 외교전략을 짜서 중국이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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