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끝>10년째 국회 문턱 못 넘고 폐기·계류
갈등해결 근거 대통령령 규정이 유일

국토부 SOC 건설 분야별 매뉴얼처럼
부처·기관도 지침·종합시책 수립해야

갈등 전문가 부처별 채용 어려울 경우
민관네트워크 구축도 대안 될 수 있어


갈등 전문가들은 ‘갈등 공화국’이 된 우리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서둘러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 다양한 사회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필요”=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소장 이강원) 주최로 최근 열린 ‘정부 갈등관리 10년 성과와 과제 무엇인가’ 주제 토론회에서 김광구(행정학) 경희대 교수는 “현재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지속해서 발생하는 갈등을 선제적이면서 실효성 있게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원인”이라며 “지난 10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번번이 실패한 갈등관리기본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5년 5월 발의된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안’, 2009년 6월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갈등관리법률안’, 2010년 7월 ‘공공정책갈등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기본법률안’이 모두 통과 시한이 만료돼 폐기됐다. 이후 2012년 8월 ‘국가공론위원회법률안’, 2013년 2월 ‘국책사업국민토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2013년 12월 ‘공공정책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현시점에서 갈등 해결 관련 근거가 되는 규정은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발전 연대에 제정된 많은 행정 편의적이고 행정 우월적 법들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아닌 갈등관리기본법을 필수적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갈등관리기본법이 제정되면, 갈등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명확한 근거 규정으로 작동해 선제적이며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나라의 경우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공무원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갈등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고, 우선적으로 필요한 작업이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법을 제정하는 데는 공공갈등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본 틀이 구축돼야 한다”며 “갈등영향분석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갈등관리심의위원회·갈등조정협의회·갈등관리연구기관 등의 재정비 관련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부처·기관 갈등관리 매뉴얼 구축하고, 갈등관리 종합시책 수립해야”= 법 제정뿐 아니라 현장에서 원만하게 갈등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주요 부처나 기관들이 갈등관리 매뉴얼을 구축해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다수 기관이나 부처들은 갈등관리 매뉴얼을 부처 특성에 맞게 구축해 놓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갈등관리 전문가를 활용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분야별로 갈등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놨다. 국토부는 업무 자체가 갈등 조정을 해야 할 일이 많아 선제적으로 갈등 관리 매뉴얼을 구축한 측면이 있다. 갈등 조정 역할이 크지 않은 부처·기관들도 국토부처럼 사전에 매뉴얼을 마련해야 혼란 없이 갈등을 조정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부처·기관이 갈등관리 종합시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법무부는 종합시책을 마련해 사업계획과 자체 평가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육·해·공 3군의 개별 갈등관리 종합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연간 예상 갈등과제를 발굴하고 유형별 분류 대응계획을 세우는 등의 체계를 갖췄다. 갈등관리 종합시책이 있다고 해서 갈등관리를 꼭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공공갈등 발생 시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부처에 갈등 전문가 고용하고, 민관 네트워크 구축 필요”= 또 비전문가인 부처의 정책 담당자 위주로 갈등 관련 협의회를 구성해 갈등 해소를 담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약 갈등 전문가의 부처·기관 채용이 어려우면, 민간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각종 포럼을 개최하는 등 민관 네트워크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선 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소센터 소장은 “전문 갈등 조정자의 양성이 필수적인 시점”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조정센터, 분쟁해결센터 등이 만들어지고, 이런 노력이 지속해서 이뤄진다면 시민들이 사는 동·구 단위에서부터 대화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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