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업급여 수급 급증… 2013년 7950명 → 올 8933명
시민들 떠나 인구도 첫 감소… “전략산업 재편작업 진행 중”
‘산업도시’ 경북 구미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과 화섬업계의 불황으로 실직자들이 3년째 증가하고 있고 시민들도 구미를 떠나면서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산업단지 곳곳에 공장 매물광고가 나붙어 있다. 구미시민들은 “구미는 1960년대 말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 이후 한국 경제의 ‘심장’ 역할을 꾸준히 했는데 이제는 찬바람만 불고 있어 먹고 살기 힘들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2시 구미시 송정동 구미고용노동지청 1층 실업급여 신청창구 앞은 실직자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51) 씨는 “대기업 협력업체였던 모 전자부품업체에 15년 동안 근무했으나 일감이 줄면서 문을 닫는 바람에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고 말했다.
창구 앞에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다. 젊은 층에 속하는 3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거절하고 휴대전화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5층 실업급여 설명회장에는 40여 명이 실업급여 수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강덕구(50) 실업급여팀장은 “하루 3~4차례 설명회를 하는데 많을 때는 모두 400명이 넘게 찾는다”고 말했다.
구미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업급여 수급자는 89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72명에 비해 9.3% 늘어났다. 지난 2013년에는 7950명으로 3년째 증가하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올 상반기 259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5억5000만 원, 2013년 197억 원에 비해 갈수록 늘고 있다. 구미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구미를 먹여 살렸던 대기업들이 수도권 또는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떠나고 경기 부진으로 중·소협력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업하면서 고용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미국가산업단지(1~5단지) 내 가동업체 가운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 2010년 2월 기준, 60곳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45곳으로 크게 줄었다. 대신 50인 미만 기업은 514개에서 3배 정도인 1563개로 증가해 외형만 비대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미 인구도 공단이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최근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말 42만1633명으로 최대를 기록했으나, 6월 말에는 42만226명으로 떨어졌다.
오는 2020년이면 인구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구미시의 예상이 빗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신규 고용이 미미해지자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액도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0년 한해 306억 달러에서 2012년 344억 달러, 2013년 367억 달러로 증가하다 2014년 325억 달러로 뚝 떨어졌다. 특히 올 상반기 수출액은 137억 달러에 불과해 지난 2010년 144억 달러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일부 기관의 지난 4월 조사에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2000여 개의 공장 가동률은 83%까지 나왔지만 업체들의 체감경기는 50%도 안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공단동 구미국가산업단지 일대를 둘러보니 곳곳의 전봇대와 게시판에 공장 매물과 임대 광고가 붙어 있었다. 공단동 구미세무소 부근에서 만난 섬유업계 한 근로자는 “잘나갈 때는 밤샘 근무로 녹초가 돼도 신이 나서 일했다”며 “요즘에는 수출이 안 돼 쌓여 있는 재고를 전혀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구미 경제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생산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었으나 이제는 위기가 닥치고 있는 것 같다”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국가산업단지는 특정 업체에 편중된 채 기반을 다져오다 쇠퇴기를 맞는 것으로 분석돼 탄소산업이나 3차원(3D) 프린팅 등 앞으로 구미 경제를 이끌 전략산업을 재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